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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결혼생활…낮추고 보듬어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31호 20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
손장환 지음
LiSa

지난해 갔던 전 직장 후배의 결혼식은 좀 놀라웠다. 신랑이 신부 아버지 대신 신부 손을 잡고 동시 입장했다. 주례는 없었다. 예식 중간에 신부 아버지가 축사(당부의 말)를 했다. 신부를 신랑 집안으로 보낸다는 느낌의 기존 결혼식과 판이했다. 요즘은 그리 많이 한다. 양성평등 시대의 새 풍속도인가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결혼식이 떠올랐다. 신부 아버지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처럼 ‘딸을 시집보내는’ 결혼을 원치 않아 보였다. 신랑·신부, 두 사람이 ‘시댁’이나 ‘처가댁’가 아닌, 둘 만의 영역에서 서로 존중하며 사는 걸 바라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30년 결혼 생활에서 느꼈고, 깨달았고, 실천했던 것을 적어 내려갔다. 행간에 지난해 그 결혼식장에서 본 신부 아버지 마음과 비슷한 무언가가 묻어있다. 책 앞쪽 ‘여는 글’에 ‘인생의 후배들에게 주는 부부 참고서’(5쪽)라고 나온다. 책에는 저자의 일상 경험이 많이 담겨있다. 사실 이런 에세이에 실린 에피소드 중에는 저자가 얘기하려는 바에 맞춰 ‘윤색’된 게 아닌가 싶은 게 있다. 또 교훈을 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꼰대’와 ‘아재’의 향취가 묻어나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를 많이 경계한 느낌이다. 예컨대 8장 ‘부부싸움의 수호신’ 중 말 없는 아내의 사연(77~79쪽)이나, 19장 ‘당신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에 나오는 백허그 사연(164~165쪽) 등이 그러하다.

저자는 신문기자 출신이다. 사회부와 경제부도 거쳤지만, 경력의 대부분을 스포츠부에서 보냈다. 30년 기자생활 동안 알고 지낸 스포츠 스타도 많다. 첫 책 출간이니 추천사 써줄 스타도 꽤 될 텐데, 책 표지도 날개도 깨끗하다. 책을 읽으면 느껴지듯, 남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는 저자의 품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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