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말만 앞서는 민주당 ‘이남자’ 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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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우림 정치팀 기자

이우림 정치팀 기자

“25.1%”

3월 취업 시즌이 왔지만 청년(15~29세) 체감실업률이 최고치를 찍었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체감실업률에 해당하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이 25.1%로 나타났다. 전년동월대비 1.1%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2015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다.

확장실업률은 공식 지표인 ‘실업률’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해서 등장한 지표다. 확장실업률에는 경제활동인구로 잡히지 않아 실업률에서 제외된 취업 준비생이나 취업자라도 주당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면서 이직을 바라는 이들이 포함된다. 실제 이번 3월 고용 동향에서도 청년 실업률은 10.8%로 전년동월대비 0.8%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확장실업률과 추이가 달랐다.

취업의 벽 앞에서 무너진 청년 세대는 정부에 등을 돌리기 쉽다. 그래서 정부 여당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20대 남성 지지율 급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87%(한국갤럽)였던 지지율은 지난달 35%으로 내려앉았다.

위기를 체감한 듯 민주당은 지난 8일 당내 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국회도서관에서 청년 관련 비공개 특강을 열었다. ‘새로운 모색-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란 제목으로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초청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당이 텅텅 비었다”고 말했다. 사전에 의원들에게 공지를 돌리는 등 공을 들여 준비했지만 참석한 이는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 의원 10여 명과 보좌진 50여 명 정도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들이 매번 비상이다 위기다 하는데 진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게 맞냐”고 했다.

강의가 비공개인 것도 의아했다. 청년 관련 특강이었지만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한 의원실에서는 강의명을 물어보는 질문에도 대답해주지 않을 정도였다. 강의에 참석한 민주당 한 의원은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적나라한 이야기를 해야 해서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 특강에선 얼마 전 20대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의원을 거론하며 “세대 단절이 심하고 소통 부족에서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20대는 민주당의 우군이었던 적이 많았다. 이젠 다르다. “(20대 남성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설훈)라는 인식으론 20대들이 등을 돌리기 십상이다. 개혁을 부르짖던 86세대도, 정의와 분배를 강조하던 시민단체 출신도 그들과 공감하려는 노력 없이는 ‘진보 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실이 이럴진대, 민주당은 청년대책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홍영표 원내대표가 제시한 청년미래기획단도 만들어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활동이 지지부진하다. 이날 특강에서도 질문자가 적어 예정시간보다 30분 일찍 마쳤다. 불과 1년 후면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는 총선이다. 민심은 냉정하다.

이우림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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