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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꿈 부푼 정의당…하지만 평화당은 "글쎄"

중앙일보

입력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3일 치러진 4.3 보궐선거에서 창원 성산에서 여영국 후보가 당선된 것을 언급하다 고 노회찬 의원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3일 치러진 4.3 보궐선거에서 창원 성산에서 여영국 후보가 당선된 것을 언급하다 고 노회찬 의원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제4 교섭단체 부활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공동 교섭단체 구성의 상대인 민주평화당의 분위기가 미적지근해 교섭단체가 만들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의당은 지난해 4월 평화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교섭단체를 꾸렸다. 당시 정의당 의석수는 6석, 평화당 의석수는 14석으로 둘이 합치면 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사망하면서 교섭단체 자격을 잃게 됐다.

이번에 여영국 후보의 당선으로 정의당은 다시 평화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 정의당은 보궐선거 바로 다음날부터 교섭단체 재구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여영국 당선인은 4일 라디오에 출연해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해 민생개혁을 주도하고 정치 개혁을 주도하는 그런 역할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는 말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평화당과 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멈춰버린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상견례 자리에서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가 한반도 평화 실현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상견례 자리에서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가 한반도 평화 실현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평화당의 분위기는 지난해 교섭단체 구성에 목멜 때와 사뭇 다르다. 다수의 의원이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당내에 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 양당 구도에서 민심이 제3 지대의 새로운 세력을 갈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3 지대 세력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평화당의 분위기가 바뀐 배경에는 정계 개편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있다. 평화당 일부 의원은 과거 국민의당에 함께 있었던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과 함께 정계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평화당으로 합당 또는 신당 창당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정계 개편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일부 평화당 의원들이 갖고 있다. 평화당 한 의원은 “21대 총선이 1년 남은 상황에서 굳이 교섭단체를 만드는 게 실익이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원 [연합뉴스]

정의당 김종대 의원원 [연합뉴스]

1년 사이에 평화당의 입장이 달라지다 보니 교섭단체 구성을 두고 양당의 감정싸움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하는 (평화당) 의원이 있긴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분위기에서 반대했다가는 아마 뼈도 못 추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선을 넘었다”며 “공동 교섭단체 구성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려면 공식 채널을 통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절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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