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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RT 율현터널 선로 뒤틀려···속도 절반 줄여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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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현터널은 국내에선 가장 길고, 전 세계에선 4번째로 긴 터널로 기록돼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율현터널은 국내에선 가장 길고, 전 세계에선 4번째로 긴 터널로 기록돼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SRT(수서고속철도)가 오가는 국내 최장의 율현터널(50.3㎞) 일부 구간에서 선로가 상하좌우로 휘는 '궤도 뒤틀림' 현상이 발생해 한 달째 심야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궤도 뒤틀림은 심할 경우 탈선이나 전복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율현터널 성남~용인 300m구간 발생 #흔들림 크고, 심할 경우 탈선 가능성도 #벌어진 콘크리트 틈새 메우는 공사 중 #SRT, 절반 속도인 시속 90㎞로 서행 #공단 "시공 당시 잘못된 것 같다"추정 #일부선 "신갈 단층 등 영향 탓 뒤틀림" #국토부 "정확한 원인 밝혀 대책 추진. #곧 공단서 정밀안전진단 시행할 계획"

 4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SRT 운영사인 SR 등에 따르면 궤도 뒤틀림이 발생한 구간은 수서역 기점 18㎞ 부근 지하로 성남~용인 사이에 해당한다. 문제의 구간은 약 300m가량으로 지난달 초 결함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궤도 뒤틀림이 생기면 열차가 지나갈 때 흔들림이 커지고, 심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 이 때문에 공사를 맡았던 철도시설공단과 유지보수 담당인 코레일, 시공사 등이 긴급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 공사는 SRT 운행이 모두 끝난 심야에 하루 평균 3시간씩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SRT는 지난달 6일부터 해당 구간을 지날 때 평소 시속 170㎞이던 속도를 절반 가까운 시속 90㎞로 줄여서 서행하고 있다.

율현터널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중앙포토]

율현터널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중앙포토]

 궤도 뒤틀림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우선 부실시공이 꼽힌다. 공단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콘크리트 노반 위에 다시 콘크리트를 부어 도상을 만들고, 그 위에 선로를 까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다"며 "노반과 도상 조성 공사 때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터널 내 콘크리트 타설 때는 습도 등 여러 조건을 잘 맞춰야 하는데 이게 부실해서 콘크리트 노반과 도상이 제대로 붙지 않았고, 열차 운행으로 인한 진동으로 그사이가 더 벌어져 궤도가 뒤틀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보수공사에서는 해당 지점들에 구멍을 뚫어 일종의 시멘트 접착제를 주입해 노반과 도상을 다시 단단하게 붙이는 '그라우팅 주입공법'이 사용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보수공사가 많이 진척돼 곧 시속 170㎞대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지점에 구멍을 뚫어 시멘트 접착제를 넣는 그라우팅 주입 공법. [블로그 캡처]

해당 지점에 구멍을 뚫어 시멘트 접착제를 넣는 그라우팅 주입 공법. [블로그 캡처]

 하지만 부실시공보다는 율현터널이 지나는 구간에 존재하는 '신갈 단층' 등의 영향 때문에 궤도 뒤틀림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단층의 영향이라면 단순한 보수 공사로는 땜질밖에 안 되는 셈이다.

 앞서 2016년 초 율현터널의 용인정거장(GTX 정거장) 부근에서 큰 균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공단의 의뢰를 받은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는 "신갈, 용인, 원천 등 3개의 단층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특수한 지형으로 지질상태가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초 2016년 8월로 예정됐던 SRT 개통은 보수 공사 탓에 그해 12월로 미뤄졌다. 지반공사 지연으로 2015년 말 완공에서 한 차례 늦춰진 데 이은 두 번째 연기였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도 "율현터널 상태가 불안하다는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며 "전면적인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장은 "현재 궤도 뒤틀림에 대한 보수공사를 하고 있지만 이런 결함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정확한 원인파악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정밀안전진단을 해서 원인과 해법을 찾는 방안을 추진토록 공단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국토부로부터 정밀안전진단 시행을 요구하는 공문을 받았다"며 "조만간 업체를 선정해 안전진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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