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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의 거짓말…손혜원 부친 특급대우 사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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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피우진(左), 손혜원(右)

피우진(左), 손혜원(右)

“다른 사례가 있었습니까? 장관(처장)이 직접 만나고 주무국장이 가서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보고하는 사례가 있었습니까?”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처장이 대상자 만난 전례 드릴 것” #피 처장 약속, 보훈처선 근거 못대 #국장 방문도 만공스님 등 3명 뿐 #야당 “보훈처 특혜 책임 물어야”

“문의가 오면 저희가 방문해서 설명해 드리고 있습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그런 전례가 있었습니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이 의원)

“그건 드리겠습니다. 찾아서 드리겠습니다.” (피 처장)

지난달 26일 국회 정무위에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설전을 벌였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부친 손용우씨가 유공자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 때문이다.

앞서 피 처장은 지난해 2월 손 의원을 찾아가 보훈처의 유공자 심사 기준을 완화한다고 알려준 것이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공식 발표보다 4개월이나 앞선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손 의원에 대한 정보 제공이 확정도 안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손 의원 측이 과거 6차례 심사에서 탈락한 부친의 재심사를 전화로 요청한 뒤, 보훈처에서 지난해 5월과 7월 심사 진행 기간에 보훈예우국장이 두 차례 손 의원을 찾아간 것도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20일 보훈처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정무위에서 이 의원은 보훈처가 “손 의원 측에 전례 없는 특혜를 제공했다”고 공격했고, 피 처장은 “보훈처의 근간을 흔들지 말라”며 “전례를 찾아 드리겠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3일 보훈처가 이 의원실에 보낸 ‘전례’ 자료에 따르면 당시 피 처장의 설명은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보훈처는 ‘손혜원 의원 사례와 동일하게 독립유공자 심사대상자 중 보훈처장이 직접 방문하고, 국장이 직접 방문해 설명한 사례’에 대한 답변서에서 “처장실로 문의가 오는 경우 직접답변을 드리고 필요한 경우 국장, 과장 또는 지방 보훈 관서에서 방문하여 설명해 드리도록 조치하고 있음”이라고만 적었다. 보훈처장이 심사대상자를 직접 만난 전례는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또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심사대상자 중 국장이 직접 방문해 설명한 사례’에 대해서도 조봉암, 김가진, 만공스님 3명을 들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독립운동과 한국 근현대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유명 인사들이다. 손 의원의 부친과 비교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공스님은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로 불교계에서 ‘대선사’로 받드는 인사다. 구한말 고위 관료 출신인 김가진은 일본 측이 제안한 귀족 작위를 거절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했다가 의친왕 망명 기도 사건에 가담했다. 조봉암은 이승만 정부에서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내며 농지개혁을 추진한 인물로 1958년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했다가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정치인이다. 반면 손용우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폐간을 항의하다가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이후 행적은 모호하다. 손 의원 측은 몽양 여운형의 비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기록은 찾을 수 없으며, 조선공산당에 가입했다가 6·25 전쟁 때는 경찰 정보원으로 활동하면서 서울에서 부역자 색출에 협력했다는 정도만 확인됐다.

이 의원은 “결국 보훈처는 손의원에 대해 특급대우를 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손 의원이 여당 의원이고 영부인의 친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특혜행정을 한 보훈처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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