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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받으려면 ‘가난 증명하라’는 서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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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문. [중앙포토]

서울대 정문. [중앙포토]

국가인권위원회가 장학 사업에서 ‘가난을 증명하라’는 식의 신청 양식 사용을 지양하라고 2년 전 각 대학에 권고했지만, 서울대는 여전히 이런 양식 작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대 장학제도 중 하나인 ‘선한인재지원금’의 2019학년도 1학기 신청서 자기소개서에는 “선한인재지원금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를 적으라는 말이 있다. 또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선발에 참고하겠다”고 돼 있다. 지원자에게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세 등급으로 나눠 선택하라는 요구도 있다.

서울대 개별 단과대가 운영하는 선한인재지원금 제도는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6개월간 월 30만원씩 지원해주고, 이후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장학 수혜자가 소액기부를 통해 갚는 방식의 장학제도다.

“경제적 절박 정도를 적으라”는 문구를 두고 일부 서울대 학생 사이에선 “어차피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를 제출하는데 경제적 절박함을 굳이 자기소개서에 다시 적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자기소개서에 적은 경제적 형편으로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 하냐” 등과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인권위도 두 해 전인 2017년 관련 내용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대학 장학금 지원서에 어려운 가정·경제 상황을 적게 하는 것은 신청 학생의 자존감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관행을 지양하라고 각 대학과 장학재단에 권고한 바 있다. “신청 학생의 가정·경제적 상황은 객관적인 공적 자료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인권위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장학금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경제적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활용됐다”며 “이번 학기에는 자기소개서 내용과 상관없이 신청자 전원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7년 인권위 권고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다음 학기부터 논란이 된 해당 문구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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