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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압수도 고려…日 새 연호 '깜짝쇼 보안 작전'

중앙일보

입력

‘헤이세이(平成) 다음은 무엇?’

'헤이세이' 다음 연호 발표 '깜짝쇼' 카운트 다운 #4월 1일 발표 앞서 스가 장관 리허설까지 마쳐 #보안이 생명…선정위원들 전파차단도 추진

오는 4월 1일 새 연호(年號) 발표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2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주재로 열린 ‘원호(元号) 선정 절차 검토회의’가 신호탄이다. 회의는 발표 당일 절차를 시간대별로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4월 1일 오전 9시 30분, 정부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원호에 관한 간담회’를 연다. 여기서 후보가 5개 이상 올려진다. 오전 10시 20분, 정부가 후보안을 들고 중의원 의장 공저로 찾아가 중ㆍ참의원 의장단의 의견을 취합한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信三) 총리 주재의 각의(국무회의)에서 협의를 한 뒤, 최종 결정된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연호는 전례에 따라 스가 관방장관이 오전 11시 30분쯤 공표하게 된다. 낮 12시쯤엔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담화문을 발표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8일 밤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출입을 막은 뒤 리허설까지 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1989년 헤이세이(平成)라는 새 연호를 발표하는 당시 오부치 게이조 관방장관. [사진 NHK 화면 캡쳐]

1989년 헤이세이(平成)라는 새 연호를 발표하는 당시 오부치 게이조 관방장관. [사진 NHK 화면 캡쳐]

새 연호 발표를 앞두고 최대 관심사는 연호의 두 글자가 무엇이 될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민간에서 흔히 예상하고 있는 연호는 되도록 피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연호 선정 절차 요령엔 6개의 유의사항이 담겨있다고 한다. △국민의 이상에 어울리는 좋은 의미 △한자로 2글자 △쓰기 쉬워야 함 △읽기 쉬워야 함 △지금까지 연호 또는 시호(왕이 죽은 뒤 붙여지는 이름)로 사용된 적이 없어야 함 △속용(俗用)되지 않아야 함(널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아야 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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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부가 추가로 고려하는 사항으로 흔한 인명이나 기업명 등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알파벳 초성도 고려대상이다. 메이지(M), 다이쇼(T), 쇼와(S), 헤이세이(H) 등과 겹치는 글자도 피할 방침이다. 1989년 ‘헤이세이’를 정할 때도 복수로 거론된 세이카(正化), 슈분(修文)은 첫 글자가 쇼와(昭和)와 겹치기 때문에 탈락한 사례가 있다.

4월 1일 발표되는 새 연호는 알파벳 초성이 M,T,S,H와 겹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4월 1일 발표되는 새 연호는 알파벳 초성이 M,T,S,H와 겹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정부 내에서는 “메이지 시대에 태어난 사람은 거의 남아있지 않으니, ‘M’도 괜찮지 않겠나”(총리 관저 간부)의 목소리도 있으나, 컴퓨터 프로그램에선 여전히 M,T,S,H가 사용되기 때문에,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들 사이에선 아베 총리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안큐(安久)'가 유력한 후보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정부관계자는 “속용의 한 종류에 해당하기 떄문에 되도록 피할 것”이라고 아사히 신문에 전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보안’ 문제다. 스가 장관의 공표 시간을 오전 11시 30분으로 앞당긴 것도, 사전에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1989년엔 발표 약 30분 전에 마이니치 신문이 ‘헤이세이’라는 정보를 먼저 입수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엔 사전에 새 연호를 본 사람은 모두 방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일부 지역엔 전파를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가 관방장관은 “연호는 일본인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기 떄문에 중요하다. 신 연호의 보안 유지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보안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호에 가장 많이 사용된 한자는 영(永)으로 총 29번, 그 다음으로 원(元), 천(天)이 각각 27번 사용됐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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