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피칭'이 만든 류현진의 개막전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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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2·LA 다저스)은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두 번이나 흔들었다. 투수판에서 발을 풀어 사인을 재교환했다. 포수 오스틴 반스와 사인이 잘 맞지 않았다.

변화구 타이밍에도 강한 직구 선택 #낮은 변화구-하이 패스트볼 조합 #6이닝 4피안타 1실점 개막전 승리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의 2019년 메이저리그 개막전 5회 초 1사 케탈 마르테 타석에서 나온 장면이었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류현진은 반스의 공배합에 제동을 걸었다.

이 경기를 중계한 김선우 해설위원은 "반스는 아마 변화구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이 포심패스트볼(직구)을 던질 것이다. 그만큼 자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의 예상대로 류현진은 시속 148㎞의 직구를 던져 마르테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29일 애리조나와의 개막전에서 힘차게 피칭하고 있다. 특히 강력한 직구가 인상적이었다. [AP=연합뉴스]

LA 다저스 류현진이 29일 애리조나와의 개막전에서 힘차게 피칭하고 있다. 특히 강력한 직구가 인상적이었다. [AP=연합뉴스]

부상 중인 클레이턴 커쇼(31) 대신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파워풀'한 피칭을 뽐냈다. 6이닝 동안 공 82개를 던져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8개.  최고 스피드는 시속 150㎞였다.

류현진의 피칭에는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은 파워가 있었다. 5회 마르테에게 결정구로 던졌 듯 회전력 강한 패스트볼이 타자 몸쪽을 위협적으로 향했다. 체인지업이나 커브는 낮게 떨어뜨리고, 패스트볼은 가슴 높이로 높게 날아들었다.

류현진의 패스트볼의 핵심은 정확성이다. 괴물들이 넘쳐나는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의 직구는 압도적이라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을 파고드는 예리함이 류현진 패스트볼의 특장점이다.

그러나 이날 패스트볼은 평소보다 훨씬 위력적이었다. 회전력 높은 류현진의 하이패스트볼에 애리조나 타선이 쩔쩔 맸다.  6회 애덤 존스에게 허용한 유일한 실점(홈런)은 커브 실투 탓이었다.

김선우 위원은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을 주목해야 한다. 변화구를 던질 타이밍에도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컨디션이 매우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김용일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한 덕에) 류현진의 몸상태가 최상인 것 같다. 체중 대비 근육량이 53%에 이를 만큼 몸이 잘 만들어졌다"며 "몸의 회전이 좋아지니 패스트볼의 회전력도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은 눈부신 피칭으로 2019년 개막전 승리를 열어젖혔다. 제구력과 변화구 능력, 멘탈 등의 능력은 이미 충분히 증명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다시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입증해야 할 것은 힘과 건강함이다. 개막전 승리(12-5)의 의미는 류현진의 강력한 패스트볼에서 찾을 수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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