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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남성 속옷 냄새 맡고 황홀해하는 아시아 여성’ 광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 여성이 백인 남성이 입었던 더러운 옷 냄새를 맡고 흥분하는 모습을 담은 한 독일 기업의 온라인 광고가 한국에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AFP통신이 28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광고를 본 여성들은 인종차별적 광고라면서 해당 기업과 제작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독일 DIY용품 체인인 호른바흐(Hornbach)가 제작해 지난 15일부터 유튜브 등에 선보인 이 광고는 백인 남성들이 정원에서 일하다가 흙과 땀에 젖은 옷을 벗어 상자에 넣는 장면이 나온다. 한 백인 남성은 팬티까지 벗어 던진다. 백인 남성들의 다소 더러운 보이는 옷은 요원들로 보이는 남성들에 의해 수거된 후 개별 진공포장된다.

이후 지퍼백에 진공포장된 이 낡은 옷들은 한 ‘회색빛’ 산업 도시의 자판기에서 판매된다. 한 아시아 여성은 자판기 번호를 눌러 이 옷을 구매한다. 이어 자판기에서 봉투를 꺼낸 이 여성은 지퍼백을 열어 그 입구에 코를 대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이 아시아 여성은 2번 들이마시는데, 속옷의 냄새를 맡으면서 신음을 내고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황홀해 한다. 이러한 여성의 모습 위로 ‘이것이 봄의 냄새’라는 독일어 자막이 나오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독일의 한 온라인 광고가 한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AFP 통신이 28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사진 혼바흐 유튜브 캡처]

독일의 한 온라인 광고가 한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AFP 통신이 28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사진 혼바흐 유튜브 캡처]

독일 쾰른대 매체문화학 박사과정인 강성운씨는 최근 이 광고를 우연히 발견하고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트위터를 통해 ‘#Ich_wurde_geHORNBACHt’(나는 호른바흐 당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독일 광고에서 아시아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등장하면 아시아인에 대한 선입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독일은 동양인에 대해선 노골적인 비하 발언과 희화화가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광고를 본 네티즌들은 호른바흐 광고가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개 사과와 광고 삭제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해 28일 오후 기준으로 1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하지만 호른바흐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 광고가 인종주의적인 것이 아니며 얼마나 도시에서의 삶의 질이 좋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성이 나오는 장면의 배경이 아시아의 어떤 도시가 아닌 ‘상상의’ 도시”라고 설명했다. 백인 남성은 ‘자연’을, 동양 여성은 ‘도시인’을 상징한다는 의도를 밝혔다. 이어 “우리의 광고에 화가 나고 아픔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라며 “‘#Ich_wurde_geHORNBACHt’ 캠페인을 벌이는 분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공지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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