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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협상 앞둔 경제계 "부당노동행위 처벌 폐지"...노동계 "노동기본권 침해"

중앙일보

입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태주 상임위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물을 마시고 있다. 변선구 기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태주 상임위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물을 마시고 있다. 변선구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막판 협상을 앞두고 경제계와 노동계가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기구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4개 경제단체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와 관련해 공동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제단체 핵심 요구사항은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처벌 등으로 사측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다. 대체근로의 전면적인 금지규정이 노사 간 교섭력의 불균형을 초래해 노조의 관행적인 파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단체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기업 A사는 최근 10년 동안 430여회에 이르는 노조 파업을 겪으며 52만 9000대분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매출손실 규모도 9조 7000억원에 이른다. 경제단체는 "미국·독일·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는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며 "사용자의 ‘생산활동 방어권’ 측면에서 대체근로 인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당노동행위 처벌 폐지 요구에 대해 경제단체는 부당노동행위 사건 기각·각하율을 근거로 삼는다. 2013년부터 2017년 5년 동안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사건 기각·각하 비율은 83%에 이른다. 사용자의 정당한 징계나 노무관리·단체교섭 상황에서 노조가 사용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제도를 이용해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단체는 "대부분 주요 국가는 부당노동행위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며 "부당노동행위제도가 있는 미국·일본과 비교해도 한국만 처벌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보완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에서는 경제단체의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견해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부장은 "(경제단체의 주장은) ILO 협약 비준과 무관한 내용이라고 본다"며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노조 가입과 활동에서 노동자에 불이익이나 차별이 없어야 하는데 불이익이나 차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중"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1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권 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기준"이라며 "자본은 '노조할 권리'에 맞춰 사용자 '방어권'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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