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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경제지표 체리 피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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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하현옥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하현옥 금융팀 차장

하현옥 금융팀 차장

‘체리 피커(cherry picker)’는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쿠폰이나 포인트 등 서비스 혜택만을 누리는 소비자를 뜻한다. 케이크 위의 비싼 체리만 골라 먹는 걸 빗댄 말이다.

논리학에도 체리 피킹이 있다. 불리한 증거나 자료는 숨기고 논지에 맞는 유리한 자료만을 선택적으로 제시해 주장하는 편향적 태도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수용하고, 아닌 것은 무시하는 심리학의 ‘확증 편향’과 맞닿는다.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 지표 골라 먹기’ 중이다. 체리 피킹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 증가로 늘어난 취업자수와 계절적 요인(생산과 소비), 기저효과(투자)로 ‘반짝 반등’한 수치만 근거로 들었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수출과 하락세인 경기 지표는 간곳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더 나갔다. 21일 지난해 경제성장률(2.7%)이 OECD 중 미국(2.9%)에 이어 2위라고 했다. 청와대가 ‘3050 클럽’ 7개국 중 2위라고 한 것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OECD 36개 회원국 중 21위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2.6~2.7%)를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 0.5%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IMF의 제언도 ‘추경’에만 방점을 찍었다. 추경이 없으면 성장률이 2.1~2.2%로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느껴지지 않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1일 ‘제일 잘한 경제 정책’을 묻는 야당 의원 질문에 “너무 많아 이야기를 잘 못하겠다”며 “열심히 한 것을 뜻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심이 아닌 유머일 터다. 그래도 걱정은 된다. ‘열심히’보다 ‘잘해야’ 할 텐데 싶고, 체리피킹처럼 ‘잘했다고 믿고 싶은 것’들만 보일까 싶어서다. 골라 먹는 재미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면 충분하다.

하현옥 금융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