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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2층에 웬 운동복 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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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15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2층에 문을 연 나이키 비콘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다. [곽재민 기자]

지난 15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2층에 문을 연 나이키 비콘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다. [곽재민 기자]

지난 15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국내 백화점 가운데 처음 문을 연 나이키 ‘비콘’ 매장은 종일 몰려드는 고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롯데 인천터미널점 나이키 점포 #2층=여성복 통념 깨고 들어서 #운동·여가 합친 애슬레저룩 열풍 #해외 브랜드 요가복·레깅스 강화

나이키는 992㎡(3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을 ‘나이키를 이끌어 간다’는 의미에서 비콘으로 부른다. 봉화를 뜻하는 비콘(beacon)이란 애칭을 통해 가장 빛나는 매장이란 메시지를 담았다. 나이키 측은 매장이 면적 330㎡(100평) 이하는 일반 매장, 825㎡(250평) 이하의 경우 스포트 매장으로 분류한다.

나이키 비콘 매장의 백화점 입점보다 더 큰 파격은 매장 위치다. 이 매장은 백화점 내 여성 의류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백화점 내 4층 또는 5층에 매장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이키와 롯데백화점 측은 기존 나이키 매장의 경우 여성 고객 구성비가 30%에 그치지만 비콘 매장의 여성 소비자 비율은 평균 40%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해 매장 위치를 정했다.

김선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 점장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2030 세대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의류와 용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이 늘고 있다”며 “라이프스타일과 주요 고객 특성 변화에 따라 잠재 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디자인 유나이티드의 애슬레저룩은 가성비는 높이고 디자인은 공을 들여 완성한 제품이다.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널]

디자인 유나이티드의 애슬레저룩은 가성비는 높이고 디자인은 공을 들여 완성한 제품이다.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널]

나이키 비콘 매장의 백화점 진출은 ‘애슬레저룩’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애슬레저는 ‘운동경기(athletic)’와 ‘여가(leisure)’를 합친 단어로 운동복처럼 편하고 일상복으로도 어색하지 않은 옷차림을 뜻하는 신조어다.

주 52시간제 시행 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하고 자신을 위한 투자로 운동하는 사람이 늘면서 애슬레저룩 트렌드가 시작됐다. 여기에 불편하고 보여주기 위한 옷을 입기보다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자는 2030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 또 유튜브 홈 트레이닝 콘텐트 확대도 애슬레저룩 열풍의 한 축이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국내 애슬레저 의류 시장은 2016년 1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4조7500억원 규모인 아웃도어 시장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국내외 브랜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15년 10개 미만이었던 롯데백화점 내 애슬레저 브랜드 매장 수는 지난해 24개로 늘었다.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다.

대표적인 제품은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이다. 2016년 유한회사 형태로 한국에 진출한 룰루레몬은 다음 달 롯데백화점 본점에 첫 매장을 연다. 요가복이 대표 상품인 미국 스포츠의류 브랜드 ‘모노비’는 이달 말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아디다스와 뉴발란스 등 해외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도 레깅스와 같은 여성 전용 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휠라도 전체 의류 카테고리 가운데 애슬레저룩 비중이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뮬라웨어는 이하늬를 모델로 기용하고 ‘이하늬 레깅스’ 제품을 선보여 일주일 만에 20만장을 팔기도 했다.

송화석 롯데백화점 스포츠팀 치프바이어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애슬레저룩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과거 체력 향상과 건강이 주목적이었던 운동이 자기표현 방법으로 진화하고, 52시간 근무제가 사회 전반에 확산하면서 애슬레저 시장의 성장세는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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