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결혼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은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오랜 가치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결혼 문화 중 주거를 남자가 마련해야 하는 것에 동의하는 미혼남녀 비율이 이같이 파악됐다.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에 미혼 남성 1140명 중 70.2%(전혀 찬성하지 않는다 15.5%+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54.7%)가 반대했다. 미혼 여성은 1324명 가운데 72.3%(전혀 찬성하지 않는다 16.3%+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55.9%)가 동의하지 않아 남성보다 반대 분위기가 강했다.
특히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남성 3.8%, 여성 4.3%에 불과, 주택 마련을 오롯이 남성만의 책임으로 보는 가치관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 수치상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부부관계에서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수용하지 않는 추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주거 부담을 어느 한 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더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부분적으론 전통적인 결혼 문화를 수긍하는 인식도 찾아볼 수 있다.
취업한 미혼 남성과 여성 10명 중 3명 정도는 신혼집을 남성 책임으로 보는 경향을 보였다.
취업한 남성 701명과 여성 897명만 떼어놓고 보면,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문화에 남성은 32.4%(전적으로 찬성 4.9%+대체로 찬성 27.5%), 여성은 그보다 적은 29.1%(전적으로 찬성 4.5%+대체로 찬성 24.6%)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남성의 경제적 여유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부부의 성 역할에 대한 가치관 수용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 부모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배우자에 대한 기대, 자신의 경제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영향받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을 둘러싼 형식을 놓고도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결혼식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문항에 미혼 남성 응답자의 58.7%, 여성 응답자의 45.2%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절반 안팎의 미혼자들은 여전히 결혼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대신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적극적인 찬성 비율은 남성 14.5%, 여성 10.8% 등 10%대로 낮았다.
연구진은 “혼인과 관련된 형식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실제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더 중요시하는 추세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응답자 일반적 특성에서도 성향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결혼에 있어 가치규범보다는 자신의 주관적 선택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형식 중 하나인 ‘혼인신고’ 여부도 살아본 뒤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뚜렷했다.
미혼자 모두 높은 비율로 ‘혼인신고는 함께 살아본 뒤 하는 것이 좋다’는 데 찬성했는데 여성은 10명 중 7명(69.9%)이 이런 견해에 동의하고 있어 62.8%인 남성보다 높은 찬성 경향을 보였다. 이는 혼인관계가 중단될 경우 여성에게 더 큰 위험요인이 되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설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