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총 표대결 11전 11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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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상장사 11곳의 주주총회에서 일부 안건에 반대하며 대주주와 표 대결을 벌였지만 모두 졌다. 2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2일 23개사에 이어 지난 19일 34개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곳은 모두 25곳이다. 이 중 11곳은 이미 주총을 열었고 나머지 14곳은 이달 말까지 주총을 열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독립적인 사외이사 또는 감사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로 신세계·한미약품·현대건설·농심 등의 주총에서 회사 측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또 아세아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는 이유로 정관 변경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들 기업 주총에선 국민연금의 입장이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이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조만간 열리는 SK이노베이션·네이버·한국전력 등의 주총에서도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 등에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신세계 등에 반대표 던졌지만 져 #남은 대한항공·현대차 결과 주목

국민연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선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한편이 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표 대결을 벌인다. 대한항공(27일)과 한진칼(29일)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동향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아직 두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하지 않았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 센터장은 “상장사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10%가량”이라며 “미리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해도 다른 주주들의 호응이 없다면 결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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