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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춤추는 여자, 남자 성기… 가야 건국설화 새긴 흙방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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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가락국 건국설화를 그림으로 새긴 토제 방울이 나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성 성기, 거북 등껍데기, 관을 쓴 남자, 하늘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자루,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춤을 추는 여자.[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가락국 건국설화를 그림으로 새긴 토제 방울이 나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성 성기, 거북 등껍데기, 관을 쓴 남자, 하늘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자루,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춤을 추는 여자.[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대가야 지배층 무덤이 많은 경상북도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의 어린이 무덤에서 가야 건국설화를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토제방울이 나왔다. 문헌으로만 전하는 고대 건국설화를 시각화한 유물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대동문화재연구원은 지산동 고분군 발굴조사 결과, 5세기 후반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소형 석곽묘에서 지름 약 5㎝의 흙으로 만든 방울을 찾았다고 20일 밝혔다. 연구원은 방울 그림이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 수로왕 건국설화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가락국기'에 따르면 산봉우리인 구지(龜旨)에서 "너희들은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하고 뛰면서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대왕을 맞이하여 기뻐 뛰놀게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이에 씨족장 9명이 노래하고 춤을 추다가 하늘을 보니 자줏빛 줄이 땅에 드리워졌고, 줄 끝에 있는 보자기에 싸인 금빛 상자에서 황금알 6개를 찾았다. 알에서 나온 아이는 쑥쑥 자라서 그달 보름에 왕위에 올라 이름을 수로라고 했고, 나라 이름을 대가락 또는 가야국이라고 지었다.

토제방울 그림은 설화에 등장하는 구지봉 혹은 산봉우리로 짐작되는 남성 성기와 거북 등껍데기, 관을 쓴 남자,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자루를 표현했다.

고령 지산동 아이 무덤에서 출토된 가락국기 건국설화를 그림으로 새긴 토제방울들.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고령 지산동 아이 무덤에서 출토된 가락국기 건국설화를 그림으로 새긴 토제방울들.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흙으로 만들어 불에 구운 방울에 그림 6개가 그려져 있다. 선은 가늘고 깊지 않아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렵고 확대해서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맨 위의 사진은 선에 흰 색을 입힌 것이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 내 토제방울이 출토된 제5-1호 석곽묘.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고령 지산동 고분군 내 토제방울이 출토된 제5-1호 석곽묘.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무덤은 어린이의 것으로 규모가 작다. 길이 165㎝·너비 45㎝·깊이 55㎝이며, 판석으로 벽을 만들고 이중으로 덮개돌을 올렸다. 토제방울 외에도 소형 토기 6점, 쇠낫 1점, 화살촉 3점, 곡옥 1점, 두개골 조각과 치아가 출토됐다.

제5-1호 석곽묘에서 출토된 토기류.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제5-1호 석곽묘에서 출토된 토기류.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제5-1호 석곽묘에서 출토된 곡옥.[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제5-1호 석곽묘에서 출토된 곡옥.[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고령 지산동 고분군 제5호 석곽묘 발굴조사 전경.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고령 지산동 고분군 제5호 석곽묘 발굴조사 전경.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고령 지산동 고분군 내 발굴대상지 전경.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고령 지산동 고분군 내 발굴대상지 전경.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사적 제79호 고령 지산동 고분군 전경.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사적 제79호 고령 지산동 고분군 전경. [사진 대동문화재연구원]

지산동 고분군 탐방로 조성을 위해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5세기 말부터 6세기 초 사이에 만든 소형 석곽묘 10기와 석실묘(石室墓·돌방무덤) 1기가 나왔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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