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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정상화 시간 걸릴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항로를 잃고 표류하던 대우조선이 일단 좌초의 위기는 모면했다.
27일 소집된 노조원 임시총회는 8천4백56명이 참석, 이 가운데 58·2%인 4천9백25명의 찬성으로 지난번 대의원 대회가 부결시킨 임금 인상에 대한 「노사 잠정 합의안」의 수용을확정했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임금 인상을 둘러싼 30일간의 분규를 매듭짓고 28일부터 정상조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정상화의 길로 접어드는데는 아직도 많은 장애가 가로 놓여있다.
상공부 관계자는 『이번 노조원 총회의 결정은 현안을 뒤로 미뤄 놓았을 뿐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노조의 투표 결과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투표자의 58·2%가「노사 잠정 합의안」에 찬성했다고 하지만 찬성 투표자의 전체 근로자에 대한 비율은 50·3%로 과반수를 아슬아슬하게 넘고있다.
노조에 비판적인 여론과 공권력 개입의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8·2%인 3천4백83명이 반대를 표명한 현실은 생산성향상은커녕 정상조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조차 의구심을 던지고있다.
강경 근로자들은 4O%가 넘는 실세를 배경으로 구속근로자의 석방 및 해직 근로자의 복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될 경우 정상 조업의 분위기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분규로 인한 대우조선의 손실액 1백30억원, 매출액 감소 4백80억원과 3백90여개 납품 업체의 납품 미수금 73억원, 납품 지연금액 1백30억원은 차치하더라도 정상조업과 생산성향상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항에서 1조3천억원의 거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대우조선이 과연 경영 정상화가 되겠느냐에 강한 의심을 나타내고있다.
또 하나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있는 것은 임금 인상에 대한「노사 잠정 합의안」이다.
이 합의안은 명목상으로 금년에는 임금을 올리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실질적으로 금년에 24·9%, 내년에 19·8%를 인상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대우조선 근로자 평균임금 (3·5년 근무자 기준)은 지금의 57만8천6백99원에서 내년에는 기본급 13만원, 수당 4만원, 월상여금 3만2천2백76원이 인상된 78만9백75원이 된다.
이는 정부가 지원조건으로 제시했던 금년 임금동결 원칙을 깨뜨린 것일 뿐 아니라 정부가 하반기 경제 운용 계획에서 밝힌 임금 인상률 한자리 숫자 억제 방침에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상공부 관계자는 『국민 여론은 폐업과 같은 큰 불행을 막기 위해 대우조선 노사합의를 정부가 수용하자는 분위기지만 은행원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있는 판에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명분이 약한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상공부가 노사 합의안을 충분히 검토해보고 대우그룹으로부터 생산성향상·업종 다각화·경영 합리화·자구 노력 계획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받아본 뒤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정부 지원 및 합리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지금 당장 받아들이는 것보다 시간을 갖고 노사 합의안을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공부는 한승수 상공부장관이 통상 장관 회담차 동남아를 순방하고 돌아오는 7월15일까지 근로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대우그룹의 경영 정상화 계획과 유가, 선가 등 조선산업의 경제적 여건을 검토해 본 뒤 정부의 명백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복안이다.
다행히 올해 당초 10% 절상을 예상, 3·9%의 원가 상승 요인이 있을 것으로 계산했던 환율이 올들어 2·6% 절상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 15%인상으로 예상했던 선가는 30∼40%가 오르는 등 경영 여건은 좋은 편이다.
따라서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기하겠다는 근로자들의 「각서」와 대우그룹의 자구노력규모 확대에서 노사 합의안을 받아들일 명분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승수 상공장관이 『정부가 지원키로 한 4천억원은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것이며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는 자구 노력 규모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대우 조선 사태는 근로자·회사·정부의 엇갈린 이해와 명분 다툼 속에서 지금부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하는 출발점에 서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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