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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 싸움으로 번진 ‘충남판 캠코더 인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민선 7기 충남도청에 입성한 임명직 공무원들이 ‘낙하산 인사’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싸움이 여야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양승조 지사가 지난 6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양승조 지사가 지난 6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지난 12일 충남도 정책보좌관에 천안시의원을 지낸 김영수(51)씨를 임명했다. 양 지사가 국회의원을 지냈던 천안지역 정치인으로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경선에서 ‘양승조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인사다.

양승조 충남지사, 정책보좌관에 시의원 출신 임명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은 '공모' 통해 서울사무소장 #충남연구원장 등 선거캠프·측근 인사 줄줄이 입성 #양 지사 "대통령도 장관·보좌관 뜻 맞는 사람 쓴다"

‘임기제 공모’를 통해 충남도청에 입성한 김씨의 임기는 민선 7기 충남도지사와 같은 2022년 6월 30일까지다. 양 지사가 다음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고 정책보좌관을 교체하지 않으면 그의 임기는 4년이 더 늘어난다. 4급 대우인 정책보좌관은 연봉이 7000만원으로 개인 사무실도 도청 안에 마련됐다.

수행비서·여직원은 없지만, 공석인 정무보좌관이 새로 임명되면 비서업무를 담당할 여직원이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정책보좌관은 업무추진비는 없고 출장 때 공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운전기사는 별도로 지원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30일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 이경석 천안의료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해 11월 30일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 이경석 천안의료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 충남도]

김씨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충남도 산하기관장에 공모했지만 1차(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지방선거 때는 중앙당이 구본영(67) 현 천안시장을 전략 공천하자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당이 기회를 주지 않는다.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전략공천은 안 된다”고 반발하며 경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가 정책보좌관에 임명되자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성명을 통해 비난수위를 높였다. 한국당은 “공직이 전리품인가, 나눠 먹기 대상인가, 충남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전횡이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공주보(洑) 해체 논란에다 SK하이닉스 천안 유치 실패 등 양 지사가 산적한 현안은 뒷전인 채 선거 공신과 측근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비난도 쏟아냈다.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 둘째)가 지난 11일 충남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실국원장회의에 참석,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 둘째)가 지난 11일 충남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실국원장회의에 참석,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심대평, 이완구 충남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들이 당협위원장이 됐는데 과연 전문성이 담보된 인사인지 답할 수 있느냐”며 “여론을 호도하는 정치공세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7월 민선 7기가 시작한 뒤 도청 내·외부에서는 “정무직은 물론 공개 채용을 거친 기관장까지 모두 양승조 측근이 차지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양 지사와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요직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충남연구원장에는 선거캠프와 인수위원회에 활동한 윤황(60) 선문대 교수가 임명됐다. 이경석(65) 천안의료원장 역시 지방선거 때 양 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인물이다. 이 밖에도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과 충남평생교육진흥원장 등이 양 지사 선거캠프에 몸담았거나 오랫동안 친분을 이어온 인사들이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4일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4일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해 정무보좌관으로 임명됐다가 올해 초 서울사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하수완(48)씨도 양 지사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일했다. 양 지사는 취임 직후 정무부지사를 문화체육부지사로 바꾸고 정무보좌관(4급)을 신설, 하씨를 임명했다.

이와 관련, 양승조 충남지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출직 공직자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도정을 이끄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통령도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진을 자기 뜻에 맞게 임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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