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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하수처리사업 로비 의혹' 제기한 기자 무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세종시 하수처리시설 사업 로비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언론사 대표와 기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보도 내용이 거짓이라 입증되지 않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18일 대법원은 세종시가 인터넷신문사 대표 김모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소송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4일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김씨 등은 2016년 3월 세종시가 하수처리시설 위탁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업체 밀어주기’를 했다는 의혹 기사를 게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세종시가 규정에도 없는 평가위원회를 만드는 등 평가 절차가 부적절했고, 소속 위원 명단도 사전 유출돼 로비의 창구로 이용됐다는 내용이었다. 세종시 고위 관계자가 특정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세종시는 규정에 따라 통상적인 방법으로 평가위를 만든 것이고, 고위 관계자가 청탁을 받고 비리를 저지른 적도 없다며 김씨 등을 고소했다.

앞서 1심은 김씨 등에 대해 일부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세종시가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련 조례에 따라 평가위를 통상적인 방법으로 구성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세종시가 위탁 비리를 저질렀다는 기사 내용 자체는 허위라고 봤다. 그러면서 “김씨 등이 피해자를 가해할 목적으로 거짓 기사를 게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보도한 내용이 세부적인 표현에 있어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거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2심 재판부는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위원 명단 사전 유출이 있었고, 세종시가 유출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종시 관계자가 선정업체와 입찰 정보를 교환한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과 로비 의혹이 제기됐던 업체는 실제로 위탁 업체로 선정됐다.

재판부는 “특정업체에서 모종의 뒷거래를 제안받고 부정을 자행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이 거짓의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언론사의 보도가 비방 목적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에 더 가깝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의혹을 제기한 사안은 세종시 예산 약 375억원이 집행될 사업으로 세종시 주민 전체의 생활과 관계된 공적 관심사”라며 김씨 등이 “지역 언론으로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보도 내용과 관계된 어떠한 사익을 추구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맞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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