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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암, 이젠 불치병 아닌 '관리하는 병'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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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기고이승구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매년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이다. 예방, 조기 진단, 적극적 치료로 암의 위험이 각각 3에서 2, 2에서 1로 줄어든다는 뜻을 담아 3월 21일로 정했다. 즉 암 발생의 3분의 1은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고, 나머지 3분의 1의 암 환자도 적절한 치료로 완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암은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무서운 질병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인 82세까지 생존할 경우 10명 중 3명 또는 4명은 암에 걸릴 수 있다. 암이 언제든 우리의 삶을 위협할 만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은 왜 생기고 왜 두려운 존재인가. 몸의 세포는 단일 세포에서 분열·성장·복제·사멸의 과정을 거친다. 이때 세포 내 유전 정보인 DNA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경우 비정상적인 분열 과정을 겪으면서 암으로 발전한다. 일단 생긴 암세포는 순식간에 커지고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해 주변 조직을 파괴한다.

갑자기 발생하고 순식간에 악화하는 특성 때문에 암은 무서운 것이고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한국인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은 비교적 쉽게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완치율도 높다. 특히 전반적인 의료 수준 향상과 더불어 첨단 영상 진단 장비의 발달이 급속하게 이뤄져 보다 정밀하고 신속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방사선을 이용하는 영상 진단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연령, 성별, 가족력 및 위험 인자 유무 등을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검사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가 암 검진 사업을 점차 확대해 암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은 점도 암의 조기 진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5년 생존율도 최근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암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주의 깊게 관리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것을 뜻한다.

조기 진단은 최선의 암 치료법이 분명하다. 그러나 암이 생기기 전에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암을 예방하는 노력이 조기 진단과 치료보다 더욱 중요하다.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습관, 매일 규칙적인 운동, 금주, 금연, 발암성 물질에 대한 주의 등 기본적인 요소들이 일상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실천하기를 당부 드린다.

이번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정부, 의료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없애고 예방, 조기 진단, 적극 치료 등으로 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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