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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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여러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문제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
무덤에 들어가야 조용해진다고 하지만 무덤에 들어간 후에도 그 자손들은 이모저모로 싸울 일이 생기고 무덤자리도 경우에 따라 안정된 자리가 아니다.
게다가 그 영혼도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지, 또 새별자리에 가 영원한 안식을 얻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기에 성직자는 세속적 악과 불의를 고발하고 진리와 정의를 큰소리로 외쳐야하며, 의사는 갖가지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법률가는 분쟁에 대한 해결사 노릇을 맡게된다.
법률가로서 내 자신이 과연 이 시대, 이 사회에서 제대로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늘 신경이 쓰인다. 특히 억압받고 고통 당하는 여성들을 만날때면 더욱 그러하다.
이 땅의 여자들이 어쩌면 불쌍한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한 국민적 합의에 의한 선언이다.
헌법에는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할 대상으로 노인과 청소년 및 신체장애자와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과 같은 순위에 여성의 위치를 설정해 두고 있다.
선진국의 「레이디 퍼스트」는 남성 스스로 자신감에 넘쳐 여자를 우선해주고 위해 주려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반면 후진국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억압하고 군림하려하며 폭력까지 휘두르는 일이 관습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연간 국민소득이 4천달러 시대에 들어서 있는데도 부녀자인신매매단이 거리에서 날뛰고 있으며 「매맞는 아내」들의 눈물겨운 호소는 줄을 잇고 있다.
뿐만이랴, 시비의 상대자가 여성이라면 점잖게 넥타이를 맨 신사분도 차마 듣기 민망할 정도의 상소리를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물질적 풍요만이 선진국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국민임을 자부할 수 있도록 헌법정신 그대로 여성을 돌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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