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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오른 NAFT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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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멕시코 대선에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개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근소한 차이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중도 좌파 민주혁명당(PRD) 소속 안드레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NAFTA 재협상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그의 핵심 경제참모인 로헬리오 라미레스도 NAFTA를 결혼에 빗대 "12년간의 결혼생활로 멕시코는 뭘 잘했고 뭘 잘못했는지를 말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NAFTA를 재조명할 적기라는 얘기다.

12년째를 맞은 NAFTA가 멕시코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농업 분야, 특히 '흰 옥수수(White Corn)' 개방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선 1억700만 인구의 4분의 1인 2500만 명 이상이 농사를 지으며,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00만 명이 옥수수를 재배한다. 이 중 흰 옥수수는 멕시코인의 주식 격인 '토르티야'를 비롯한 각종 대중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한국으로 치면 쌀에 해당한다. 그런데 NAFTA는 멕시코가 2008년 1월부터 미국산 흰 옥수수를 수입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미국산 옥수수는 멕시코산보다 20% 정도 싸다. 값싼 미국산 옥수수가 수입될 경우 멕시코 농민 가운데 1200만 명과 옥수수 재배 농민 가운데 200만 명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것으로 지적된다.

그래서 농민과 도시빈민을 지지층으로 삼는 오브라도르가 NAFTA 재협상을 통한 옥수수 시장 개방 저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 빈센테 폭스 대통령도 흰 옥수수 개방을 늦춰 달라고 미 부시 행정부에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요구를 거부했다.

오브라도르는 NAFTA와 관련, 농업 외에 다른 보조금 지급을 인정하고 멕시코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미국 입국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쟁자인 우파 국민행동당(PAN)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는 현 NAFTA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NAFTA는 국가 간 약속인 만큼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NAFTA 체결 뒤 12년이 흐르면서 멕시코는 이제 미국 경제와 단단히 통합돼 누가 집권하더라도 기존 체제를 쉽게 흔들진 못할 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NAFTA 출범 뒤 멕시코의 대미 무역 규모가 세 배로 늘어난 데다, 미국에서 일하는 멕시코 근로자들이 한 해 200억 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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