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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나 폭탄’에 떠는 자동차보험업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손해보험 업계가 ‘추나 폭탄’의 발생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다음 달 8일부터 한방 추나요법에 건강보험 적용이 예고돼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사고 때 추나요법을 받는 환자들에게 지급하는 보험금도 늘어난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관절 치료법 내달부터 건보 적용 #사고 보험금 최대 1447억 늘 듯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 인상 압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 관절·근육·인대 등을 조정하거나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현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에선 별도의 수가(진료비)를 산정해 해당 치료에 보험금을 지급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안으로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에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단 단일 시술이 단순·복잡·특수 추나로 세분화된다. 건보 수가는 2만2332원~5만7804원으로 정해졌다. 현재 자동차보험에서 적용한 수가보다 47~281% 비싸진다.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있다. 건강보험으로 추나 시술을 받을 경우 환자 본인이 내는 부담금은 50~80%가 적용된다. 건강보험 추나요법 시범사업이 실시된 2017년 3~8월 동안 5개 한방병원의 청구 건수를 살펴보면 단순추나는 1만3242건, 전문추나는 4만2877건이었다.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에선 전문추나 청구건수가 단순추나보다 3.24배 많았다.

자동차보험 수가는 건강보험 수가를 따라야 한다. 손보업계가 자동차사고 때 환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자연히 늘어난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단순추나를 기준으로 연간 563억원의 추가 보험금 지급이 예상된다. 복잡추나 진료를 받으면 144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추나요법의 보험 수가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추나 진료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나요법의 청구 진료비(742억원)는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청구량(437만회)은 52.8% 늘었다. 같은 기간 한방 비급여항목의 청구 진료비가 25.2%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없는 자동차보험에선 추나요법의 과잉 진료를 통제할 장치가 없다”며 “추나요법의 보험금 청구가 많아지면 자동차보험료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추나 치료의 적정성을 판단해 특정 증상이나 횟수 제한 등을 담은 세부인정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강보험에서 추나요법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연간 20회라는 제한이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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