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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골목성명' 없이 광주행···지지자들 "인권 유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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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1일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승용차에 탑승해 부인 이순자 여사 및 경호요원들과 함께 광주로 떠났다. 흑색 정장에 연한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자택 정문을 나온 전 전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바로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 탑승했다.

전 전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지 않고 혼자 걸어 나와 승용차에 올랐다. 거동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보였다. 에쿠스 승용차 뒤는 경호요원과 형사들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와 승합차가 뒤따랐다.

큰길로 나가는 골목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차량 앞으로 뛰어나왔다. 차량이 잠깐 멈췄으나 큰 충돌 없이 광주로 향했다.

23년 전 내란죄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골목 성명’을 발표했듯이 이날도 별도의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아무런 언급 없이 차에 올라탔다. 1995년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전 전 대통령은 소환 예정일이었던 12월 2일 연희동 자택 앞에서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경남 합천 고향마을로 내려갔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골목 성명’에서 “이 나라가 지금 과연 어디로 가고 있고 또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심히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12·12, 5·17, 5·18 등의 사건과 관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답변을 한 바 있고 검찰도 이에 따라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 전 대통령  일행이 서울 시내를 지나는 동안 따로 신호통제를 하지 않았다. 출근 시간이라 고속도로로 향하는 구간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졌다. 현재 전씨가 탄 차는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 상태다.

전 전 대통령 일행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충남 논산을 지나 호남고속도로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전 대통령 일행은 광주에 도착하기 전 모처에서 점심을 먹을 것으로 전해졌다.

연희동에서 광주지법까지 거리는 270㎞다. 내비게이션 기준으로 오전 8시 30분 출발하면 4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경찰은 점심시간을 포함해 오후 1시 30분께 광주지법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 등 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단체 회원 50여명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5·18은 폭동·내란’이라는 피켓을 들고 “40년 전 일을 가지고 광주에서 재판하는 것은 인권 유린”이라며 확성기로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를 공개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6개 중대 35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조비오 신부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그동안 전 전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 출석을 거부해왔다. 이에 광주지법은 11일 공판기일을 못 박는 동시에 전 전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고, 전 전대통령은 법원에 출석의사를 전달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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