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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雨)중에 타오른 오름…제주들불축제 봄비로 일찍 마무리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비가 오는 중에도 진행된 제주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사진 제주도]

지난 9일 비가 오는 중에도 진행된 제주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사진 제주도]

봄비가 오는 중에도 들불이 활활 타 올랐다. 올해 제주들불축제가 비 날씨로 일정의 일부가 변경됐지만 하이라이트인 오름 들불놓기는 그대로 진행되는 등 장관을 연출했다. 10일 제주시에 따르면 '들불, 꿈을 싣고 세계를 밝히다'를 주제로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린 제22회 들불축제가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축구장 72개 넓이 새별오름 통째로 불 내 장관 #7일부터 새별오름 일대서…9일 비오는 중 '활활' #10일 마지막날 일정은 빗줄기 굵어져 취소 결정

애초 7일 시작돼 10일까지 예정돼 있었지만 이틀 연속 굵은 비소식이 이어지면서 마지막날(10일) 하루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축제 4일차인 이날 예정됐던 줄다리기 결선과 묘목나눠주기, 노래자랑, 음악잔치 등 프로그램은 기상 악화로 인해 다음해로 미뤄졌다.

7·8일 이틀간은 맑은 날씨가 이어지다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9일 오후부터 비가 왔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수만명의 사람들이 축제장을 찾아 오름 하나를 모두 태워버린 불은 장대한 광경을 연출했다.

축제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은 지난해 액운을 모두 태워버리고 올 한 해의 복을 기원했다. 특히 세 번째 날인 9일 주 무대가 설치된 제주시 새별오름은 하루 종일 도민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낮 시간 마상마예 공연과 청소년 장기자랑대회, 듬돌들기 등 행사가 진행될때까지만 해도 대체로 맑은 하늘이었다. 하지만 오후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제주시는 긴급 회의를 열어 메인 행사인 ‘오름불놓기’ 일정을 1시간 정도 앞당긴 오후 7시30분쯤 시작했다.

지난 9일 원희룡 제주지사(검정색 외투)와 고희범 제주시장(파란색 우비) 등이 시민들 중 선두에 서서 오름에 놓을 불씨를 옮기고 있다. [사진 제주도]

지난 9일 원희룡 제주지사(검정색 외투)와 고희범 제주시장(파란색 우비) 등이 시민들 중 선두에 서서 오름에 놓을 불씨를 옮기고 있다. [사진 제주도]

불을 놓기 직전 새별오름 정상에서는 '화산'을 표현하는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제주 전통 불씨 운반 도구 ‘화심’을 든 도민대표 200여 명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불씨를 조심히 들고 날랐다. 오름까지 불이 옮겨지자 높이 119m, 둘레 2713m, 축구장 72개 크기와 맞먹는 면적 52만2216㎡ 새별오름이 불타 올랐다. 불의 뜨거운 기운이 전해지자 현장분위기도 내리는 비를 잊은 듯 불타 올랐다.

들불축제는 1997년 시작된 이후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 것은 이번까지 네차례다.  2011년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으로 축제 일정이 전체가 취소됐으며, 2009년에는 강풍, 2012년에는 폭설 때문에 행사 당일 오름불놓기 일정이 연기됐다. 들불축제는 옛 제주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가 기원이다.

새봄이 오면 들판에 불을 놓아 소와 말의 방목지에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이 새로 나기 좋게 한 풍습이다. 불에 탄 재는 새풀이 잘 자랄 수 있게 천연 비료 역할을 했다. 소를 키우는 농가들은 농한기에는 농가들이 서로 돌아가며 중산간 초지를 찾아 방목했다.

지난 9일 원희룡 제주지사(검정색 외투)와 고희범 제주시장(파란색 우비) 등이 시민들 중 선두에 서서 오름에 놓을 불씨를 옮기고 있다. [사진 제주도]

지난 9일 원희룡 제주지사(검정색 외투)와 고희범 제주시장(파란색 우비) 등이 시민들 중 선두에 서서 오름에 놓을 불씨를 옮기고 있다. [사진 제주도]

옛 제주인의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축제로 승화시킨 축제다. 이 때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서 경칩에 이르는 기간에 목야지에 불을 놓아 양질의 새풀이 돋도록 했다. 불놓기 기간 제주 중산간 일대는 마치 들불이 난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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