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되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개각 명단에서 갑자기 빠진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달 중순쯤 개각 하마평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3명(우상호·박영선·진영) 중 우 의원은 입각이 가장 유력해 보였다. 무엇보다 본인의 입각 의지가 있었고,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는 별 미련이 없었다. 3명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도 우 의원이 가장 좋은 편이었다. 우 의원은 입각설이 나돌자 3주 가까이 언론과의 공식 접촉을 피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6일부터 청와대 주변에서 여당 현역의원 입각이 예상보다 줄 것이란 말이 나돌더니 7일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우 의원의 입각을 만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 대표는 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1기 인사들과의 만찬자리에서 “우상호는 당에서 할 일이 많다, 문체부 장관을 하다 괜히 스크래치(상처) 나는 것보다는 당에서 중요한 역할 하는게 좋지 않으냐. 내가 붙잡았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비공개 면담 때도 “당에서 의원을 너무 많이 빼가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 지난 4일 야당 대표들과의 정례회동인 ‘초월회’ 자리에서도 “입각하는 현역 의원은 2명”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해식 대변인은 8일 “우 의원은 원내대표를 역임한 당내 중진 의원으로,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추후 당에서 그에 적합한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야당 시절 원내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매끄럽게 이끌었고. 다당체제에서 새누리당·국민의당과의 협상을 원만히 소화해 정권교체의 공로를 인정받는 인사다.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였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사석에서 우 의원을 가리켜 “내가 가장 아끼는 민주당 의원이고 당 대표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우 의원이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젊으니까 언젠가 기회가 올 거고, 당에선 원내대표까지만 하기는 아깝다”는 얘기가 많다.
하지만 국회 주변에선 우 의원이 입각하지 못한게 과연 이해찬 대표의 만류 때문만이었겠냐는 얘기도 무성하다. 우 의원의 전략적 위상때문에 당에서 붙잡은 것이라면 애초에 입각설이 나왔을 때 정리가 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우 의원 본인도 입각에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우 의원 관련 제보가 청와대로 들어갔고 막판 검증 과정에서 걸렸다더라”, “비문 의원 3명 입각이 부담이어서 한명을 뺀 것 같다”는 등의 루머가 나돌고 있다. 이에대해 우 의원측은 검증 문제 운운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우 의원은 개각 발표 이후에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적절한 시기에 총선기획단장과 같은 중요한 당직을 맡아 선거를 지휘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