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렬 이후 노사 표정|끝내 파업 택한 노조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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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사 교섭위원들이 마련한 잠정 협상안을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한 대우조선 노조 (위원장 양동생)는 22일 앞으로의 투쟁을 전담할 쟁의 대책 위원회를 강경파를 주축으로한 15명으로 새로 구성하는 한편 어떤 식으로 파업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노조는 일단 23일 오전 중 쟁의 행위 신고를 장승포 시청과 경남 지방 노동위에 내는 것을 시작으로 매일 대의원 조회·전체 집회·부서별 모임 등을 갖고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도록 회사측에 압력을 넣는다는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행동에 관해서는 조합원들 내부 결속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론만 되풀이 강조될 뿐 무엇하나 뚜렷하게 나온 것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의가 나오고 있으나 노조는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
이처럼 노조가 일사불란한 모습 대신 혼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현재 노조내의 분열상 때문이다.
노조의 상임 집행 위원들은 22일 밤 회의를 갖고 자신들의 의사가 배제된 대의원 대회의 결정에 따라 투쟁 진행의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된데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2일 대의원 대회의 투표 결과가 26대28이라는 근소한 차이였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단 잠정 합의안이 나왔으면 조합원 총회의 찬반투표에 부쳐봐야 할 것 아니냐』 는 불평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강경파를 대표하는 노조 민주화 추진 위원회 (노민추) 세력을 못 마땅해 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있으며 양 위원장 자신도 불안한 입지 때문에 노민추 세력을 집행간부로 대거 기용은 했지만 노민추와는 거리가 멀다.
노민추는 강경 투쟁으로 치닫도록 이끄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투쟁을 끌어나갈 만큼 체계적인 조직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22일 조합원들 자체의 경비조직인「정당 방위대」부대장 3명이 사표를 내는 등 조직간의 불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양 위원장 등 노조 핵심부는 파업 기간중 조합원의 이탈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제재 조치 마련 등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노조가 내부 단합에 자신을 잃을 경우 자칫 선명·과격투쟁 일변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며 이렇게 되면 거제 출신으로 구성된 거우회 소속의 노조원들이 조직적인 반대 투쟁으로 나올 것이 예상돼 노노간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는 이 같은 난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 『일단 투쟁의 횃불이 올랐다』며 각종 집회를 통한 투쟁 의욕을 고취하고 정당 방위대를 현재 1백명에서 2백50명으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 화염병 제작에 착수키로 하는 등 준비를 진행 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장승포=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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