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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미세먼지에 놀란 소비자 "방마다 공기청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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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174㎍/㎥까지 치솟은 4일 오전 서울역 롯데마트. 식료점 매장은 한산했지만, 하이마트 가전매장은 북적였다. 특히 공기청정기 구매 상담이 빗발쳤다. 주부 장모(57)씨는 "거실에 한 개 있는데, 원래 있던 것을 방에 두고 거실에 큰 용량의 공기청정기를 따로 놓으려 한다"며 "비싸더라도 기능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서울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26㎍으로 지난달(57㎍)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4일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의 '미세먼지 특집전' 안내판. [최연수 기자]

4일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의 '미세먼지 특집전' 안내판. [최연수 기자]

하이마트·이마트 등은 '공기청정기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공기청정기를 작동한 후 미세먼지가 어떻게 정화되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보여주는 식이다. 최병건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 가전팀장은 "이번 달 공기청정기 매출만 1억원이 될 것 같다. 지난해 3월보다 70%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며 1인 가구의 공기청정기 수요가 늘었다. 이들을 위한 소형 제품 등 종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우리동네 미세먼지 예보판’을 운영 중이다. 이영재 이마트 성수점 지원팀장은 “2주 전 미세먼지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지난 주말 미세먼지 제품 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고 했다. 이마트의 지난 1~3일 차량용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가량 늘었다.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에서 여가를 즐기는 소비자도 늘었다. 롯데월드는 지난 1~3일 입장객은 지난해보다 20% 늘었다고 4일 밝혔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실내 놀이 공간을 찾는 입장객이 늘어난 덕분에 입장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외출 자제령'에 배달 수요도 폭발했다. 배달 앱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의 지난 주말 주문 건수는 220만~230만 건에 달했다. 배민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며 "연휴인 데다 날씨도 푹해, 보통 이런 날은 주문량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말엔 미세먼지 등으로 주문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도 "미세먼지가 극심한 지난 1~3일 동안 주문량이 미세먼지가 양호했던 지난 2월 첫째 주 주말보다 30%가량 높았다"고 말했다.

야외 활동 대신 실내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요가·필라테스·볼링 등 실내(Indoor) 스포츠용품 판매가 늘고 있다. 티몬에 따르면 지난 2월 요가·필라테스 운동복 등 관련 제품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2% 증가했다. 또 볼링과 수영복 판매도 각각 36%, 85% 증가했다. 반면 등산 스틱과 골프 의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0% 줄었다.

임석훈 티몬 리빙 부문 실장은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많다는 신조어)라는 말이 무색하게 미세먼지가 계속되면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소비행태를 보인다"며 "낚시·야구 등 야외 레저용품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실내 리빙 제품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김영주·최연수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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