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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역 2개 달라" 서부경남KTX 역사 유치 경쟁에 '저속철' 우려

중앙일보

입력

남부내륙철도 기존 용역보고서의 노선과 정차역 이미지. [연합뉴스]

남부내륙철도 기존 용역보고서의 노선과 정차역 이미지.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의 공약 1호인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업은 지난 1월 2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으며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KTX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노선 주위의 경남과 경북의 자치단체들이 정차역을 놓고 물밑 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저속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남부내륙철도 사업적정성 검토 들어가 #6월 기본 계획 때 노선과 역사 결정, 자치단체마다 유치전

3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작성한 남부내륙철도(경북 김천~경남 거제 172.38㎞) 기초용역 보고서에는 김천~성주~고령~합천~의령~진주~고성~통영~거제까지 9개 지역을 오가는 것으로 나와 있다. 구간 내에 6개 역사와 1개의 신호장을 설치한다. 6개 역사 중 김천역과 진주역은 기존의 경부선 김천역과 경전선 진주역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합천·고성·통영·거제역은 신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문제는 노선과 역사 설치 문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서부경남KTX의 여비 타당성 면제가 확정된 뒤 3~ 6월까지 KDI를 통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한다. 정부의 예타면제 발표에 대한 정치권 등의 비판 시각을 반영해 사업 전체를 점검하는 취지다. 이 기간 동안 적정한 노선과 역사 설치 장소 등도 재검토한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서부경남KTX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노선과 역사가 최종 결정된다.

ktx. [중앙 포토]

ktx. [중앙 포토]

하지만 기존에 노선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자치단체는 벌써 유치 경쟁을 벌이며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남도가 자체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기존에 노선 설치 계획이 없었던 경북 고령과 성주는 자신들의 지역에 역이 신설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성주군은 ‘성주역사 유치 대응팀’을, 고령군도 역사 신설을 관철하기 위해 부군수를 단장으로 하는 ‘역사 유치 추진단’을 각각 구성했다. 이들 지역의 거리에는 ‘남부내륙철도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두 지역은 “김천~성주~고령의 경북지역 구간은 35㎞인데도 역사 신설 계획이 없고, 경남에만 4개 역사를 신설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칫 경남과 경북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는 형국이다.

경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존 보고서에 역사 설치 계획이 없는 의령군과 진주 인근의 사천시 등도 신설 역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에 정차역이 계획돼 있던 합천군은 기존 1개(시내권)에서 합천 해인사까지 추가해 2개 정차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향후 자치단체들의 역사설치 요구에 대해 정부가 지역 여론을 고려해 최대한 수용할 경우 자칫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남도는 역사 유치 경쟁은 자제를 당부하면서 앞으로 서부경남KTX 기본계획 수립 때 크게 3가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첫째는 현재 172㎞로 계획된 전체 노선의 길이를 191㎞로 늘이는 방안이다. 기존 보고서에 거제 외곽으로 예정된 노선을 시내로까지 확장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단선으로 계획된 것을 복선으로 확장해 승객 운송뿐 아니라 화물 운송 등으로도 활용도를 넓히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속도도 250㎞에서 300㎞로 늘려 이용객도 늘리겠다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경남서남부발전협의회가 지난 1월 29일 오후 경남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남부내륙철도 정부재정사업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서남부발전협의회가 지난 1월 29일 오후 경남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남부내륙철도 정부재정사업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석기 경남도 서부지역본부장은 “지역에서 역사 유치를 위해 이런 (과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남부내륙고속철도 공사 일정에 차질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부경남KTX는 총사업비 4조7000억원 규모다. 오는 6월 이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2년 착공하고 2028년쯤 개통 예정이다

진주=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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