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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김정은 화 많이 났을 것…김여정·간부들 표정도 어두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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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베트남 국회를 방문해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베트남 국회를 방문해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일 북한 매체가 정상회담 결렬 소식이나 대미 비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과 관련, “북한 언론은 절대로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채널A ‘뉴스탑텐’에 출연해 “수령은 늘 백전백승하는 강철의 영장이다. 오류를 범할 수 없고, 수령이 관여한 일은 백프로 백전백승해야 하는 게 북한이 돌아가는 시스템의 원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은 김정은의 출발부터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이 진두에 나섰기 때문에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끌고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 언론은 절대로 (회담이) 결렬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다른 건 김정은도 회담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많은 정치국 위원과 경호 위원을 데리고 왔다. 그들이 비록 같이 와서 회담에 관여는 안했지만, 회담 진행을 다 알게 됐다”면서 “북한은 아무 일 없이 성공한 것처럼 보도하지만, 김정은은 아마 많이 화가 났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베트남에서도 화난 심정을 꾹 누르고 태연한 모습을 자꾸 보여주려 하지만, 거기 나온 북한 간부들, 일정 수행하는 김정은, 김여정 다 보면 상당히 긴장돼있고 어두운 표정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또 “이번 회담을 결렬시킨 기본 인물은 볼턴과 이용호”라고 말한 뒤 “우선 회담 끝난 상황을 이야기하면, 이용호가 밤에 기습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북한이 설득하려 노력했는데 (미국 측이) 또 주장했고 대화가 상당히 공방이 오갔다고 한다”며 “이에 대해 끝까지 논쟁할 사람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아니다. 김정은이 어정쩡한 순간에 북한에선 총대를 이용호가 멨고, 미국은 볼턴이 멘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이번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은폐 의혹을 던진 것은 “트럼프가 볼턴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볼턴은 가끔 세미나에 나와서 북한이 추가 핵시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핵의혹에는 볼턴이 서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볼턴이) 이번에 트럼프를 시켜서 회담에서 이 문제를 김정은에게 던졌다. 이때 김정은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과학적인 자료를 들이대니 매우 놀랐을 것이고, 이를 인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내심 볼턴은 만세를 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이런 데 말려들기 시작하면 김정은이 무슨 얘기 할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에 총대를 이용호가 넘겨받았을 것”이라며 “이야기가 이어지면 최고영도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꼬투리를 잡힐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그만둬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볼턴은 자기가 의도하는 바가 됐기 때문에 (트럼프에) ‘이 회담에서 이룰 것을 다 이뤘다’ 하고 물러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담 뒤에 트럼프와 김정은 표정을 보면 굉장히 밝은 얼굴로 헤어졌다. 트럼프와 김정은 감정 대결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막판까지 누가 싸웠느냐, 결국 마지막까지 끝까지 주장한 것은 볼턴과 이용호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볼턴은 바로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만남 이 순간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라며 “지난 몇달 동안 미국의 동향을 보면 미국은 양보와 양보를 거듭했다. 우선 지난해 10월 7일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만나고 와서 핵리스트 문제가 안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2차 회담 전까지 핵리스트 문제 제기하지 않겠다고 한 발 더 물러섰다. 또 하노이 회담 직전에 비건은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제기하면서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단계적 해결방안을 미국은 접수할 수밖에 없다고 마치 북한이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도 자신을 갖고 트럼프와 함께 싱가포르 선언과 같은 하노이 선언을 만들 수 있다 생각했는데, 이것을 김혁철과 비건 사이에서 이런 말을 꺼내면 김정은이 오겠나. 직접 오면 이 이야기를 꺼낸다는 게 볼턴의 계획이었다”며 “싱가포르 회담 때 트럼프는 돌아가기 전까지 큰걸 이룬 줄 알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잘못됐다고 엄청나게 비난받았다. 트럼프는 외교적 실체를 만회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느꼈고, 결국 이번 회담 결렬시킴으로써 싱가포르에서의 외교적 실책을 단 한 순간에 만회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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