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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도 도이모이 선언 후 미국과 수교까지 9년 걸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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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호 07면

하노이 노딜 이후

김도현 주 베트남 대사

김도현 주 베트남 대사

김도현(사진) 주베트남 대사는 “베트남이 1986년 6차 당 대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doimoi)’를 천명한 뒤 95년 미국과 수교하기까지 9년이 걸렸다”며 “하물며 핵을 가진 북한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 #적이 친구 되기까지는 긴 여정 #하물며 핵 가진 북한은 어떻겠나 #베트남 건설사도 북 진출에 관심

김 대사는 지난달 27일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진행된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끔찍한 전쟁을 치르며 적이 됐던 미국이란 나라와 다시 친구가 되는 데까지 베트남의 여정은 매우 길었다.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만 봐도 북·미 양국이 신뢰를 쌓고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줬다.

2차 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렸다.
“베트남은 미국·소련·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 끼어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다. 이런 지정학적 비극이 이젠 축복으로 바뀌고 있는 곳이 베트남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도 이런 측면에서 적잖은 시사점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이 이번 회담을 유치한 배경은.   
“베트남은 1차 정상회담 때도 유치 의사를 밝혔다. 베트남은 당초 북·미 정상회담이 잘돼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북한 경제가 살아나면 베트남으로 향하던 투자가 북한으로 쏠리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한국은 현재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문 이후 베트남 모델의 북한 적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우려가 많이 사라졌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 모델의 유용성을 강조하자 베트남도 자신감을 갖고 2차 회담 유치에 적극 나서게 됐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한 식당에 1일까지 언론인을 대상으로 무료 커피와 차를 제공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한 식당에 1일까지 언론인을 대상으로 무료 커피와 차를 제공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회담 장소도 관심사였는데.
“미국은 이번에 북한을 많이 배려했다. 회담 장소도 다낭 대신 북한이 원한 하노이를 받아들였다. 회담 장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근처인 국립 컨벤션센터를 원했다. 그런데 북한이 김 위원장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몇 분 걸리지 않는 메트로폴 호텔을 원하자 이를 곧바로 수용했다고 한다.”
베트남 기업도 북한에 관심이 많다던데.
“그렇다. 특히 베트남 건설회사들은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한국 기업과 함께 북한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 대사관에도 공식·비공식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잘되면 남북한과 베트남 경제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규모의 경제와 수직 계열화가 가능할 만큼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박항서 신드롬’이 화제다.
“박 감독님은 베트남의 자존심을 살려줬고 축구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뤄냈다. 얘기를 들어 보니 베트남에도 지역감정이 있어서 다른 지역 출신에겐 선수들끼리 패스도 잘 안 했다고 하더라. 박항서 신드롬은 성공적인 현지화의 모델이다.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현지인과 하나가 될 때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례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박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현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얼마 전엔 베트남 측에서 하노이 인근 신도시에 한국과 베트남 기업이 원스톱으로 만날 수 있는 코리아 하우스 부지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1㏊가 넘는 땅이다. 한국을 특별히 배려한 결과다. 인적 교류도 폭발적이다. 지난해 한국은 베트남 하노이·호치민·다낭 주민에게 유효기간 5년짜리 복수 비자 발급을 시작했다. 베트남인 간병인 비자와 한국인 은퇴자 비자 발급도 적극 추진 중이다.”

하노이=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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