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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빈손 쇼크’…당당함 사라지고 굳은 얼굴로 먼 산 응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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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호 04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회담’을 빈손으로 마무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예정된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굳은 얼굴’로 시작했다.

주석궁서 의장대 사열 등 환영행사 #언론의 취재 열기도 확 가라앉아

김 위원장이 1일 베트남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숙소인 멜리아 호텔을 나선 것은 이날 오후 3시20분(현지시간). 전날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숙소로 복귀한 지 27시간 만의 외출이었다. 한때 김 위원장이 베트남 일정 전체를 취소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국 2일 귀국 시간만 반나절 앞당긴 채 이날 첫 번째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주석궁에서 베트남 측의 환영을 받는 동안에도 김 위원장의 얼굴은 어두운 편이었다. 전용차량에서 내려 쫑 주석과 포옹한 뒤 화동들로부터 꽃을 받은 데 이어 양국 국기를 손에 들고 환영하는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볼을 만지는 등 친근감을 표시한 제스처는 평소와 같았다. 그러나 전날까지 자신에 차 있던 걸음걸이는 힘이 빠진 듯했다. 쫑 주석이나 어린이들과 마주할 때 보인 웃음에도 어색함이 흘렀다. 의장대 사열을 위해 쫑 주석과 함께 사열대에 올랐을 때도 아무런 표정 없이 때론 먼 산을 보며 뭔가를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김 위원장에게서 지난달 26일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할 때의 당당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도중에 언론에 보였던 긴장하고 날 선 모습 대신 다소 지치고 기운 빠진 표정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하노이 미디어 센터에선 “김 위원장의 당당함은 어디로 갔느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표현을 빌자면 “의욕을 잃은 느낌”이었다.

김 위원장은 1964년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에 이후 55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한 북한 최고 지도자다. 이번 방문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과 함께 과거 혈맹 관계의 복원이란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미국과 대등한 협상력을 통해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이끌어낸 뒤 정상국가로서의 외교 활동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전날 노딜 회담으로 김이 빠진 탓인지 언론 취재와 시민들의 환영 열기도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주석궁 입구인 베트남 외교부 앞 로터리에는 50명 남짓한 취재진이 모였다. 로터리 길목마다 자리한 방송사의 ENG 카메라는 5대도 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당동역으로 베트남에 들어온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까지 500명이 넘는 취재진을 몰고 다녔다.

김 위원장은 2일까지 공식 방문 일정을 진행하지만 귀국 시간은 4시간 정도 앞당겼다. 2일 오전 전쟁 영웅·열사 기념비와 호치민 전 베트남 주석의 묘에 헌화하는 일정만 소화한 뒤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위원장은 이튿날 오전 베트남 권력 서열 2, 3위인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응우옌 티 낌 응언국회의장을 잇따라 면담하고 휴식한 뒤 오후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이들과 면담 일정을 1일 오후로 앞당겼다.

하노이=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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