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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우리나라’와 ‘저희 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우리나라 사람은 3·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유관순 열사와 대한 독립 만세라고 답한 이가 가장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다.

여기에 쓰인 표현처럼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를 때 ‘우리나라’라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우리나라’가 가끔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나 윗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저희 나라’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다. “저희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이 모여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와 같이 얘기하는 것은 어법에 어긋난다. 같은 국민끼린 ‘우리나라’라고 해야 한다.

왜일까.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이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를 높이는 방법이다. 청자를 포함하는 같은 구성원끼리의 대화에서 ‘저희’라고 하면 어색하다. 듣는 사람도 같은 구성원이므로 높여야 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한동네 사람이나 같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끼리 ‘저희 동네’ ‘저희 회사’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동네’ ‘우리 회사’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웃 동네 어른에게 “저희 동네는 인심이 좋아요”라고 할 순 있지만 같은 동네 어른에게 “저희 동네는 인심이 좋아요”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외국인들에게 “저희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고 얘기하는 것은 괜찮을까.

“우리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고 쓰는 게 적절하다.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가나 민족은 대등한 관계이므로 굳이 자기 나라나 민족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런 이유에서 방송 등에서 ‘저희 나라’라고 얘기했다가 비난받았던 정치인과 연예인도 꽤 있다. 국립국어원도 ‘저희 나라’ ‘저희 민족’이 아니라 ‘우리나라’ ‘우리 민족’으로 쓰는 게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새해가 되면 한국에선 어떤 음식을 먹습니까?”와 같은 외국인의 질문에 “우리나라에선 떡국을 먹습니다”로 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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