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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있음’인가 ‘있슴’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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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독자에게서 e메일을 받았다. ‘있습니다’ ‘없습니다’를 명사형으로 쓸 때는 ‘있슴’과 ‘없슴’으로 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우선 ‘~읍니다’ ‘~습니다’에 대해 살펴보자. 지금은 ‘~습니다’로 쓰는 게 당연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과거의 글들을 보면 ‘~읍니다’로 적혀 있는 것이 있다. 나이 드신 분 가운데는 아직도 ‘~읍니다’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러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읍니다’와 ‘~습니다’를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8년 표준어 규정이 바뀌었다. 모음 뒤에서는 ‘~ㅂ니다’, 자음 뒤에서는 ‘~습니다’를 쓰도록 개정됐다. ‘기쁩니다’ ‘학생입니다’는 모음 뒤에 ‘~ㅂ니다’가 붙은 경우다. ‘먹습니다’ ‘좋습니다’는 자음 뒤에 ‘~습니다’가 붙은 예다.

표준어 규정은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하나의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정하고 있다. 당시 ‘~읍니다’와 ‘~습니다’의 의미 차이가 명확하지 않고 입말에서는 일반적으로 ‘~습니다’가 더 널리 쓰인다는 판단 아래 ‘~습니다’를 표준어로 삼았다.

이제 ‘~습니다’가 자연스럽게 사용되다 보니 명사형으로 만들 때에도 ‘~ㅁ’을 붙여 ‘있슴’ ‘없슴’과 같이 ‘~슴’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명사를 만드는 어미 ‘~ㅁ’은 항상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ㅁ’은 모음 또는 ㄹ 받침으로 끝나는 말 뒤에 붙어 그 단어가 명사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끌리다’가 ‘끌림’, ‘만들다’가 ‘만듦’이 되는 것이 이런 예다.

하지만 자음으로 끝나는 말 뒤에 붙을 때에는 소리를 고르기 위해 매개 모음 ‘-으-’를 넣어 ‘-음’으로 쓴다. 따라서 ‘있다’는 ‘있음’, ‘없다’는 ‘없음’으로 적어야 한다.

다른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따로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서술어는 ‘~습니다’, 명사형은 ‘~음’이라고 기억하면 큰 문제가 없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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