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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뉴스] 대부업계의 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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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부업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28일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최근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이 법은 '이용자가 많은 대부업체에 대해 금감원이 일상적으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시.도지사에게 통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래 대부업체의 등록과 감독은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의 몫입니다.

그런데 대부업체가 점점 몸집이 커지고 은행의 대출 문턱 또한 높아지면서 대부업체를 찾는 서민들도 늘고 있지만 시.도엔 불법을 감시하고 걸러낼 '프로급 인력'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이에 따라 일정한 규모를 넘는 대부업체에 대해선 금감원에 감독을 맡겨 서민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는 점점 대형화하는데 지금처럼 지자체가 감독을 도맡으면 불법 행위를 걸러내기가 어렵다"며 "감독을 '세게' 받아도 좋으니 대형업체들은 금감원 감독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부업계의 이 같은 하소연에는 '제도권 금융회사로 대접받고 싶다'는 일부 업체의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대부업계는 '사채업.고리대금업' 등으로 싸잡아 범법자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마침 법률 개정안이 나왔으니 적극적으로 업계의 뜻을 알리자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엔 불법 대부업체 등이 평균 연 200%가 넘는 고리를 뜯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많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법무부가 연간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를 40%로 묶어두는 '이자제한법'을 부활하겠다고 나서자 대부업계의 입지도 크게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등록대부업체는 현행 66%에서 40%로 이자가 낮아지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대형업체들은 금감원 감독을 받게 될 경우 신뢰도가 올라가 장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업체를 합치면 등록업체만 1만5000개를 넘어 사실상 제대로 된 감독은 불가능합니다.

이자제한법 부활을 두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불법 사금융의 온상으로 비난받는 대부업계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금감원의 감독을 받게 될지 주목됩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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