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3년」 정지작업 "헛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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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에서 옮겨 과천시대를 선언한지도 3년여가 지났다. 바탕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공공미술관으로서의 기초작업과 성격부각을 위해 이 기관이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그러나 도심을 크게 벗어난 위치상의 불리와 교통편의시설의 미비점, 진입로 문제등 관람객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는 외형적인 여러 조건들 때문에 국립미술관으로서의 미술 소통 기능에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공공미술관의 임지선택에서 비롯된 이같은 외적·물리적 취약점 외에도 최근 발행된 미술·공연 전문지 『공간』 6월호는 「국립현대미술관, 검증과 전망」이란 특집기획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기구와 조직·전시운영·교육프로그램등에 걸친 몇가지 내재적 문제들을 검증, 그 개선책을 촉구하고있어 주목되고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인적구성및 편제와 관련, 「미술제도의 민주화」란 글을 기고한 미술평론가 서성녹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과·섭외교육과·관리과·학예연구실등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그럴듯한 편제를 갖추고 있으나 이들 각부서에 부여된 업무가 큐레이터 업무 속에 모두 포괄되는 것이므로 새삼스럽게 학예연구실을 둘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미술관의 모든 부서가 학예연구의 분야가 돼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관의 모든 스태프들이 전문인이 돼야 함에도 불구, 국립현대미술관은 직원의90%이상이 분야의 특수성을 무시한 비전문의 관리직 공무원들로 충원돼있고 그것도 대부분 보고식 행정에 인력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 화단이 전시기획의 모든 부분과 과정을 통합하고 책임지는 「큐레이터」를 제도적으로 한명도 배출하지 못함으로써 공식적 차원에서 일을 치를 때마다 각종 잡음과 병폐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왔다며 그 현저한 예의하나로 말썽속에 비빔밥식 절충전시로 겨우 마감할 수 있었던 88년 올림픽미술제의 「한국현대미술전」을 들었다.
「불균형과 무분별」이란 제목으로 최근에 개최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내용과 성격을 개관한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유수의 국제적 미술관들이 상설과 기획전시의 수용비(비)를 약 3대1 정도로 책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는 빈약한 컬렉션등이 원인이 되어 기획전시 비율이 상식에 벗어날 정도로 큰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약점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기획전이란 이름아래 즉홍적이고 무분별한 내용의 전시들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 정작 더 큰 문제』라고 말하고 『덕수궁시절 국립현대미술관이 대통령 해외순방 사진전을 열어 웃음거리가 된 일이 있는데 「토마스모란전」「전승공예대전」「일본비첸토기전」같은 것이 과연 현대미술관의 기획전이 될 수 있는지 냉철히 반성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또 「청년작가전」「오늘의 작가전」등 국립현대미술관의 초대전형식에도 언급,『미술관은 시중의 화랑등에서 일단 걸러진 실험미술을 수용해야 옳은데도 그 선별기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달의 작가전」의 경우 『해외에 체류하는 여류작가 위주로 초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해외체류 작가일수록 좋은 작가란 구시대의 오도된 심리적 등식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관교육」이란 글을 기고한 미술평론가 김인환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설해 놓고있는 「현대미술아카데미」와 「토요미술강좌」의 두 미술교육프로그램을 검토, 『외국의 유수한 미술관들이 풍부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미술에 관심을 가진 각계각층의 어린이·학생·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국립현대미술관이 현재 시행증인 교육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일부 유한계층에 편중돼 있다는 느낌을 벗기 어려우며 아직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는 폭넓고 능동적인 프로그램의 개발에는 미치지 못하고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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