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호소 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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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국인 불법 체류자가 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강제추방을 앞둔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보호소에서 11명이 심야에 집단 탈주했다. 이에 따라 이들 외국인 근로자 보호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탈주= 27일 오전 1시쯤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석교리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강제출국 대기 중이던 외국인 근로자 11명이 쇠톱으로 창살을 자르고 탈주했다. 이들 가운데 이란인 알레자(36)씨는 28일 오후 8시25분쯤 화성시 마도면 두곡리 광야주유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붙잡혔다.

이에 앞서 27일 오전에 보호소 뒤편 야산에서 중국인 陳모(36)씨와 같은 날 오후 8시쯤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에서 방글라데시인 찬드라센(21)씨가 검거돼 모두 보호소에 재수용됐다.

경찰과 보호소 측은 이들이 수원.평택.안산 등 인근 도시로 달아날 것으로 보고 예상 도주로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관리 구멍=연건평 2천5백여평에 3층 건물로 4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인 화성외국인보호소는 TV와 샤워시설.체력단련장.종교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1백여명이 수용돼 있다.

그러나 경비직원 20명 가운데 경비용역업체 직원 11명과 공익근무요원 3~4명을 빼면 법무부 정식 직원은 간부를 포함해 겨우 6~7명이다. 당시 보호소에는 경비용역업체 직원 등 10여명이 근무 중이었으나 복도 등에는 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았다.

탈주 외국인 근로자들은 건물 1층 창살(가로 45㎝.세로 30㎝) 일부와 수용 중이던 3, 4호실과 복도 사이 창살(가로 20㎝.세로 50㎝) 일부를 절단한 채 비누로 살짝 붙여 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쇠톱을 구해 창살을 미리 잘라놓고 치밀한 탈주계획을 세웠지만 보호소 측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경비원 李모(45)씨는 "한밤중 순찰을 돌 때 별일이 없던 것으로 미루어 이들이 안개가 자욱한 새벽에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책=불법 체류 근로자나 형사범으로 형 집행이 끝나 강제출국시킬 외국인들을 일시 대기시키는 수용시설은 법무부 산하 화성 외국인보호소가 유일하다.

전남 여수 출입국관리소가 운영하는 여수 외국인보호소(정원 1백40명)는 선박을 통해 서해안으로 밀입국한 사람들만 임시수용한다. 나머지는 출입국관리소별로 10명 정도 수용할 수 있어 전국적으론 8백명 가량 수용 가능하다. 반면 일본의 경우 외국인 수용소가 세곳이어서 전국적으로 3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보호소가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용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 등을 고려해 강제송환에 따른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부 최수근 출입국장은 "교도소의 경우 경비교도대가 경비를 맡지만 외국인보호소는 예산지원이 안 돼 경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각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인력 등의 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보호소를 무단 이탈한 수용자에 대한 처벌 법규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화성=정찬민 기자,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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