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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영화제작 총괄「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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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 최대의 영화제작소인 조선예술영화촬영소 40주년에 즈음한 87년 2월, 로동당은 『당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함으로써 사상성과 예술성이 완벽하게 결합된 혁명적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이것은 북한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저작『영화예술론』이 영화제작의 이론적 지침으로 되고있는데, 김은 영화촬영소를 자주 방문하여 영화의 대본구성에서부터 배역선정·제작과정·보급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관여하고있다.
88년 2월의 평양방송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의「지도」에 의해 제작된 영화는 모두 3천여편 (예술영화 8백편, 아동영화 4백편, 과학영화 8백편, 기록영화 1천편) 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70년대이래 연평균 1백50∼2백편의 영화를 제작했으며 김이 거의 모든 영화제작을 지도하였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영화배우·연출가·장치및 효과 분야 종사자들이 소속되어 있는「조선영화인동맹」은 연기분과·연출분과·장치분과·효과 (녹음) 분과·평론분과등의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조선2·8예술영화촬영소, 조선기록영화촬영소등과 협력관계에 있다.
북한영화는 대개 예술영화(극영화)·기록영화·과학기술보급영화·시보등으로 구분된다.
예술영화 제작은 두개의 예술영화촬영소 산하의 대흥단·왕재산·월미도등의 이름을 지닌 창작단이 맡고 있다.
기록영화촬영소는 기록영화(기획물) 와「조선시보」라는 정기적인 뉴스영화를 제작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농사정보·영농기술·축산·보건·위생·과학교양등 과학기술보급영화와 아동용 만화·인형영화를 전문제작하는 조선과학교육영화촬영소다.
예술영화 중에는 항일무장투쟁기의 활동상을 영상화한 이른바「혁명영화」가 정책적으로제작되고 있다.『피바다』(69년),『한 자위단원의 운명』(70년),『꽃파는 처녀』(72년), 『누리에 붙는 불』(77년),『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79년),『백두산』(80년),『조선의 별』(80∼87년 10부작) 등이 대표적이다.『조선의 별』은 항일무투기 청년공산주의자들의 혁명투쟁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북한에서는「로동계급의 수령형상 창조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한국전쟁당시 인민군의 활약상을 묘사한 영화로는『이름없는 영웅들』(80년 20부작), 『월미도』(82년)등이 대표작이다. 북한 경제건설과정에서의『당일군』, 노동자의 활동을 그린 작품으로는『초행길』(80년),『양지말사람들』(82년 2부작),『언제나 한마음』(82∼85년 3부작),『불타는 마음』(83년),『참된 심정』(86년) 등이 있다. 이상의 작품은 모두『조선중앙년감』81∼87년판에 소개된 북한영화의 대표작이다.
88년의 대표작은 조선시대의 민중반란을 묘사한『임거정』(의형제편·결의편),한국 전쟁이래 30년 이상을 동지와 집단을 위해 희생해온 여성군의관 이야기를 다룬『나의 행복』등이다.
금년들어 북한에서의 화제작은 푸에블로호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이 유가족에 대한 국가의 배려를 마다하고 농촌건설에 참여하여「노력영웅」으로 변화하는 것을 줄거리로 한 『생의 흔적』(전·후편)이다.
이들 영화는 한결같이 긍정적인 주인공상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오락성은 거의 무시되는 듯하다. 북한에서 도시의 직장단위, 농촌의 작업반 단위로 영화감상토론모임이 잦다는 점도 영화의 교육적 측면을 엿보게 한다.
북한의 유명영화관으론 금년 5월 18일 준공식을 가진 평양국제영화회관·동평양대극장과 기존의 평양대극장, 만수대예술극장·모란봉극장 등이 있으며 각 시·도별로 극장·문화관을 갖추고 있다. 협동농장과 공장기업소·군부대 등에서 상영하는 경우도 많다.
북한에서 영화인을 양성하는 곳은 53년11월에 개교한 평양영화대학 (창립당시 명칭 종합예술학교) 이다. 이대학에는 영화문학작가·연출가·촬영가·이론가를 비롯한 창작부문 종사자를 양성하는 영화창작학부, 배우·방송인을 양성하는 영화배우학부, 영화부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영화기술학부, 어린이 예술지도를 위한 기초교육학부가 있다.
학부는 다시 영화문학창작과·영화연출과·TV연출과·영화촬영과, 영화배우과·영화이론과·영화녹음과·필름현상과등 세부적으로 구분된다. <유영구 동서문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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