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이 산악 지역인 북한은 전체 땅의 약 17%에서만 경작이 가능하다. 게다가 생산성도 낮아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미사일 기지 등 군사 시설이 밀집된 양강도의 경우 90%가 산지라 주민들이 화전을 일궈 수수ㆍ감자 등으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은 옥수수와 감자 같은 구황작물에 대한 식량 의존도가 높다.
[서소문사진관]평양에서 열린 전국요리대회 출품된 다양한 감자요리들
이에 따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감자에 대한 애착을 많이 드러냈다. 김정일 6주기(12월 17일)를 앞둔 지난 2017년 12월 초 김 위원장은 양강도 삼지연군에 새로 건설한 감자가루 생산공장을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이 2016년 11월 건설을 지시한 이 공장은 연건축면적 2만7920여㎡에 연간 생산능력이 4000톤에 이른다. 감자가루 및 감자 가공품 생산을 위한 건물과 2만t급 감자 저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김정은이 공장을 둘러본 뒤 “감자 산지인 삼지연군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일떠세운 감자가루 생산공장을 돌아보니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고 말하며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이곳 삼지연 감자가루생산공장을 다시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감자가루공장 저장고에 쌓여있는 감자 더미에 앉아 간부 및 근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엔 감자를 이용한 요리가 많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선 북한의 감자요리가 500가지가 넘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999년 북한에서 출간된 ‘감자료리’라는 책에선 언 감자국수, 감자 농마국수, 감자농마지짐, 감자뜨더국(감자수제비국의 북한말), 언 감자 송편, 감자엿, 감자 강정 등 북한에 감자로 만든 요리가 무려 80여 가지나 된다고 했다. 농마는 녹말을 뜻하는 북한말이다. 언 감자국수는 두만강 유역에서 항일전투를 하던 사람들이 감자를 겨우내 꽁꽁 얼렸다가 으깨서 국수로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음식이라고 한다. 함경도 함흥냉면 또한 감자 전분을 이용해서 면을 만든다.
아래 사진들은 지난 13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전국요리대회 때 찍은 장면들을 AFP가 전송해온 사진들이다. AFP는 이번 대회에서 3일 동안 300여 명의 요리사가 40여 개의 각기 다른 요리를 놓고 경쟁했다고 보도했다.
전국 요리대회인 만큼 요리 플레이팅이 화려하다. 주로 감자 요리가 많았다. 북한 주민들의 밥상에 올라가는 감자요리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볼품없는 감자가 멋지게 재탄생됐다. 이날 요리대회에 출품된 다양한 감자로 만든 북한 음식을 모았다.
한편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이 밀 5만톤을 지원해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수락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로 식량난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에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진흥청의 지난해 12월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은 1년 전 2016년보다 16만t 줄어든 455만t을 기록,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