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대책 약효 떨어지나] 아파트값 다시 '들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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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재건축 안정대책이 일반 아파트와 분양권 호가를 되레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일 중소형 의무 건축 비율 확대와 조합원 전매금지 등의 재건축 투기억제책을 내놓자 투자자들이 일반 아파트 등으로 몰리면서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강화조치 시행(10월)이 임박해지자 그동안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와 있던 양도세 절세를 겨냥한 급매물이 속속 소진되면서 일부 단지엔 매물 품귀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름세는 강남권 대형 평형에 머물지 않고 20~30평형대 중소형으로, 지역도 광진.양천.분당 등으로 번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익성 악화로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가 많아 수급 불안이 심화할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이 일반아파트.분양권 쪽으로 몰린다. 9.5대책이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만 부각시킨 꼴"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아파트.분양권 호가 초강세=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서울 강남.송파지역 일반아파트 값은 지난 5일에 비해 3.46~3.67% 올라 서울 평균(1.79%)을 크게 웃돌았다.

강남구 대치동 세영팔래스 23평형은 4억3천만원, 27평형은 4억8천만원으로 9.5대책 이전에 비해 3천만원 이상 올랐다.

일원동 개포우성 7차 27평형과 32평형도 9월 초에 비해 4천만~5천만원을 상승했다.

일원동 신영부동산 오흥선 사장은 "일반아파트 중소형은 9.5대책 이후 매수세력이 주춤했으나 40평형 이상 일반.주상복합 아파트 호가가 오르자 덩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반포동 대우아파트 32평형도 이달 초에 비해 3천만원 오른 5억6천만~5억7천만원,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29평형도 2천만원 이상 오른 5억~5억5천만원에 각각 호가가 형성돼 있다.

송파구 신천동 서울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중개업소마다 1~2개 있을 정도"라며 "그나마 이들 매물도 수요자들이 꺼리는 비로열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값도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여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60평형은 14억7천5백만원으로 9월 초에 비해 1억8천만원 올랐다. 송파구 문정동 삼성래미안 48.60평형도 이 기간 5천만~8천만원 상승했다.

상승세는 양천구 목동과 광진구 광장동 등으로 번져 광장동 현대 9차 33평형은 지난주 2천5백만원 오른 3억9천만~4억2천만원을 호가한다. 목동 2단지 55평형도 9억4천만~10억원으로 4천만원 올랐다.

◇재건축 단지도 다시 반등= 강남권 일반아파트 값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9.5대책 이후 급락세를 보였던 사업승인 이전 재건축 단지들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9.5대책 직후 7억5천만원까지 빠진 대치동 은마 34평형의 경우 8억~8억2천만원을 호가한다.

개포동 주공 1단지 13평형은 5억4천만~5억5천만원으로 지난주 초에 비해 3천만원,서초구 반포동 주공 3단지 16평형도 6억6천만~6억7천만원으로 1천만원 정도 올랐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9.5대책 이전에 비하면 3천만~4천만원 정도 싸다"며 "양도세 절세를 겨냥한 급매물이 팔려나가면서 상승세로 반전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형 의무건축 비율을 적용받아 사실상 재건축이 어려운 1대 1 재건축 추진 단지의 중대형은 9.5대책 이전보다 되레 더 오른 곳도 적지 않다.

잠원동 한신2차 50평형은 로열층 기준으로 이달 초만 해도 9억2천만~9억5천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0억원을 호가한다. 잠원동 나산공인 이덕원 사장은 "재건축 규제 강화라는 악재보다 강남권 대형아파트 희소가치가 더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될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매수자에 비해 매물이 적어 당분간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다음달부터는 서울.과천.분당 등 수도권 5대 신도시에선 1가구 1주택자들이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면 3년 보유에 1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자는 "9.5대책 이후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락세를 보인 것은 1가구1주택자들이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은 것도 주요인"이라며 "하지만 내달부터는 이런 매물이 사라져 품귀현상 속에 호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국대 조주현 부동산학과 교수는 "10월부터 비수기로 접어들어 추가 급등하긴 어렵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추격 매수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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