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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개인적 각광 선호, 마은혁은 노동 편향” 인사 불이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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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만부가 넘게 팔린  『개인주의자 선언』의 저자이자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자인 문유석 부장판사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공소장으로 본 양승태 ‘리스트’ #“판사 31명 물의야기 명단 분류 #그 중 8명에게 문책성 인사” #일각 “대법원장 인사권 좁게 해석”

“뛰어난 기획력과 창의성을 갖고 있지만 묵묵히 헌신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각광을 선호하는 것은 아닌지, 지나친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시할 필요가 있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시작은 2014년 8월 24일 문 부장판사가 중앙일보에 쓴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는 칼럼이었다. 문 부장은 세월호 이후 분열된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히며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석달 뒤 양승태 대법원은 문 부장을 근무태도 관찰 대상으로 분류했다. 문 부장은 2016년 1월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됐고 2월 정기인사에서 1지망인 서울행정법원이 아닌 서울동부지법에 발령났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은 당시 민중기 서울동부지방법원장에게 “과도할 정도로 언론에 기고·저술 활동이 많음, 특정 신문에서 연재 중인 소설(미스 함무라비)에서 마치 고등부장판사가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전형인 것처럼 묘사해 사법부의 신뢰에 흠집이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음”이라는 문 부장에 대한 인사 정보를 전달했다.

검찰은 고(故) 노회찬 의원과 친분이 있었던 마은혁 부장판사도 2009년 판결을 근거로 6년 뒤인 2015년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고 봤다. 마 부장은 2009년 11월 국회 점거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판결 전 마 부장은 노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에 후원금 30만원을 기부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모두 이용훈 전 대법원장 때의 일이었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마 부장이 사법행정에 부담을 줬다”며 인사 최하위 그룹으로 분류했고 광주지방법원에 전보했다. 마 부장은 연고지인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속초지원을 희망했었다. 임 전 차장은 김주현 당시 광주지방법원장에게 마 부장을 “근로자 편향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고 외부인사와의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고 평가한 인사정보를 제공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31명의 판사가 공정하지 않은 이유로 ‘물의야기 법관’에 올랐고 이중 8명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이란 반박도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한 이유만으로 법관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평가 요소들이 함께 작용됐는지 모두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도 “인사권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인사권자의 재량(裁量)”이라며 “어디까지가 권한이고 어디부터가 보복인지 나누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권순일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4명을 ‘공범’이라고 적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은 검찰의 전·현직 판사 기소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살생부’라고도 불린다.

공소장에는 "~와 공모하여” "~와 함께”와 같은 표현이 나온다. 검찰은 이민걸 전 기조실장, 윤성원 전 사법지원실장, 신광렬·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4명도 양 전 대법원장 등과 ‘함께’ 범죄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표현이 다르지만 둘 사이에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8명을 비롯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변호사)을 이달말 전·현직 법관을 추가로 재판에 넘길 때 기소 대상으로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인·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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