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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 입김에 흔들리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월드컵시즌이 돌아왔다. 매일 밤마다, 참가국들이 펼치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전 세계인은 황홀한 6월을 보내고 있다. 작은 축구공 하나 때문에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웃는 풍경들이 매일 연출되고 있다. 손에 땀을 쥐는 듯한 명승부가 펼쳐지면 사람들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고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가 맞붙은 16강전이 그러했고, 이번 월드컵에서 호주와 일본의 예선전 또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스포츠의 경우 각본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각본은 없지만 감독은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각국 대표팀의 명장들이 펼치는 전략과 전술을 보면서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축구는 단순히 설명하면 작은 공 하나를 서로 주고받다가 상대방 골대에 넣는 게임이지만 사실은 적절한 배치 구성과 변화, 공수의 완급 조절, 적절한 타이밍의 선수를 교체 등 치밀한 전술싸움이다. 땀 흘려 뛴 것은 선수들인데 정작 다음날 신문을 보면 승리한 팀을 이끈 감독 얘기가 더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호주와 일본 승부가 펼쳐진 다음날 언론은 온통 히딩크의 기적 또는 히딩크의 마법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호주의 승리를 히딩크의 승리로 묘사했다. 90분 안에 승부를 결정짓는 축구의 경우도 이렇게 감독의 역할과 훈련이 절대적인데 아이를 교육하는데 있어서 누군가의 감독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이의 영어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학습시작 시기를 포착해 영어훈련을 시키고, 아이의 특성에 맞는 학습방법과 교육기관을 선정하는 등 조기 영어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가끔 아이의 발달수준이나 재능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교육관과 생각만으로 아이를 교육하는 학부모를 만나게 된다. 어떤 경우는 주변 학부모의 입김과 소문에 부화뇌동해 아이를 이리 저리 데리고 다니는 학부모도 있다.

아이에 대한 고려 없이 오로지 부모 자신의 만족과 안도감을 위해 교육기관을 선정하고 무리한 교육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를 위해 이 교재 저 교재를 잔뜩 쌓아놓고 여러 학원에 등록시킨 후 빡빡한 학원 스케줄 관리를 하면서 자신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모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자기 계발과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 학부모들의 입김과 소문에 이리저리 흔들릴 것이 아니라 먼저 교육관련 책을 보고 공부해서 필요한 지식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의 미래를 멀리 보고 의연하게 대처하며 자신감을 길러주는 안목과 자세가 중요하다. 국내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박지성을 발굴해 '너는 장차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히딩크 감독이 있었기에 오늘의 박지성 선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식한테 조금이라도 손해가 난다 싶으면 학교나 학원으로 달려가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부모보다 아이가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세밀하게 살피고 아이에게 진짜 소중한 것을 가르치는 부모가 돼야 한다. 얄팍한 기술을 전수하기보다 탄탄한 기본기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명장 부모로 가는 길이다.
이기엽 (워릭영어학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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