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태풍」에 홍콩도 "술렁"|주가·부동산 연일 "폭락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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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치불감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있을 정도로 정치에는 무관심하던 훙콩인들이 최근 중국의 민주화운동과 중국당국의 계엄령발표 및 시위대 유혈진압과 관련, 「1백50만명 대시위」를 개최하는등 정치의식이 급격히 높아가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홍콩장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훙콩의 주가지수가 폭락하는가하면 계속 치솟던 부동산값도 고개를 숙이고있다.
중국의 혼란이 훙콩경제 및 장래에 대한 우려에 직격탄을 퍼부은 셈으로 대형투자 중지는 물론 이민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북경의 학생시위가 4월15일 「후야오방」(호요방) 전총서기의 사망을 계기로 시작됐을 때만해도 홍콩인들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중국대륙은 중국대륙이고, 홍콩은 홍콩」이라는 홍콩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5월13일부터 천안문광장에서 대규모 단식농성이 벌어지고 홍콩 매스컴들이 대서 특필하면서부터.
이때까지만해도 홍콩의 일부 대학생들이 중국대사관적인 신화사 홍콩분사 앞에서 데모를 한다거나 일부 단식을 하는등 조직성이 없는 산발적인 항의에 불과했다.
그러나 「리펑」수상이 지난달 20일을 기해 북경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 계엄군을 북경 일원으로 이동시키고 유혈진압으로 나가자 홍콩인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계엄선포 당일인 20일 홍콩에는 몇년만에 한번 있는 태풍 시그널 8호가 몰아닥쳐 모든 학교·관공서·회사들이 문을 닫고 출·퇴근은 물론 거리에는 인적이 끊겼으나 3만여명의 학생·시민들이 이 광풍폭우를 무릅쓰고 신화사 홍콩분사까지 몰려와 「계엄령 해제, 이붕타도」를 외쳤다.
이튿날인 21일에는 1백만명이 홍콩의 주요 거리를 8시간이나 순회하며 「이붕타도」는 물론 「등소평타도」를 외쳤는데 이날의 시위는 그 규모나 강도에서 일찍이 홍콩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인구 5백50만명중 1백만명이 참가한 것도, 홍콩인들이 「감히」 (?)이처럼 배경정부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는 기치를 분명히 한것도 외국식민지 홍콩에서는 분명 새로운 역사의 한페이지를 기록한 것이다.
이 1백만시위는 또한 홍킁사회의 중요한 한 전기를 가져봤다.
친북경노동조합인 향항공회연합회(공련회)가 데모 시작 한시간전에 갑자기 성명을 발표, 산하 17만 노동자의 시위동참을 호소하는 한편 배경의 민주화운동을 적극 성원한다고 천명했다.
홍콩의 대표적인 친중국계일간지 문회보의 사실란에 『통심질수!』 (근심하여 머리를 썩인다)라는 오직 4자만을 주먹만한 글씨로 써 계엄실시에 항의했으며 1백24명의 기자·직원들이 광고를 통해 이붕이 『역사의 조류와 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역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문회보와 같은 성걱의 대공보 직원들도 사기를 앞세우고 시위에 참가했으며 신화사직원들도 이에 동참했다.
특히 시위에 참가한 신화사 직원대표 서해령은 1백만명 시위집회장에서 성명을 낭독, 학생운동에 대한 폭력진압반대와 신문봉쇄 해제 및 전인대 (국회)의 긴급개최등을 호소해 주목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홍콩에 주재하는 중국기구들인 중국은행·초상국등이 이붕의 담화에 반대하는 신문광고를 싣는가 하면 북경학생 지원성금 접수창구를 맡고 나섰다.
지난달 27일에는 북경민주학생지원을 위한 가수·연예인들의 성금모금 대공연이 신화사 홍콩분사 앞인 해피밸리경마장에서 열려 20여만명이 참가, 2천여만홍콩달러(약20억원)를 모금했다. 이날 성금모금공연은 홍콩TV 4개 채널이 모두 일체의 방송을 중단하고 12시간동안계속된 공연 전부를 생중계하는 기록을 남겼다.
또 북경의 학생 지휘부가세계 각국 중국인 (화인)들의 지원시위를 호소한 28일에는 무려 1백50만명이 참가, 북경의 「1백만 시위」를 압도했는데 홍콩의 전인구가 5백50만명밖에 안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홍콩주재 중국대사관격인 신화사홍콩분사의 건물벽에는 북경당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각종 대자보들이 누더기를 이뤘고 각 아파트에도 대자보·소자보 홍수를 이루고 있다.
97년, 불과 8년후에는 주권이 중국에 귀속되는 홍콩인들은 이제 『오늘의 중국은 내일의 홍콩』이라고 외치고있다. <훙콩=박병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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