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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올 여름 한반도…괴물 이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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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 점을 주목하라 - 관람 포인트 세 가지

# 반일 ? 반미 ?

"이 영화가 개봉되면 일본인 친구들을 쉽게 보기 힘들 것 같다." 시사 전 강우석 감독의 말처럼, '한반도'는 민족감정을 유발할만한 설정이 뚜렷하다. 경의선의 정식개통을 앞두고 남북 간에 화해무드가 흐를 무렵, 일본이 대한제국 시절의 조약을 빌미로 철도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일이 벌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정작 구체적인 대립은 국내인사들 사이에 벌어진다는 점이다. 당시 문서에 찍힌 고종의 국새가 가짜라고 믿는 재야사학자 민재(조재현)는 대통령(안성기)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전문도굴꾼 유식(강신일)과 진짜 국새발굴에 나선다. 반면 대일관계에서 실리에 비중을 두는 국무총리(문성근)와 국정원 서기관 상현(차인표)은 이를 저지하려 한다. 영화는 지나간 역사와 미래의 통일문제까지 언급하면서 시종일관 양측의 거대담론적 대립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괴물'은 인물의 면면이나 줄거리로 보면 한결'작은'영화다. 한강에 등장한 괴물에게 딸을 빼앗긴 매점주인 강두(송강호)네 가족의 사투가 중심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괴물의 시원. 칸에서 영화를 본 이들에 따르면, 미군 과학자가 한강에 흘려버린 화학물질 때문에 돌연변이 괴생물체가 탄생했다는 설정이다. 이후 강두네 식구들이 외로운 싸움에 나서는 과정 역시 이 영화를 가족애에 초점 맞춘 SF오락물로도, 은유적 메시지를 담은 사회물로도, 분분하게 해석할 여지를 준다. 미군과 우리 정부가 괴물의 속성을 오인하고 엉뚱한 대응에 나서는 가운데 딸이 살아있다고 믿는 강두네 가족은 실성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전개다. 지레짐작을 막으려는 듯, 봉준호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프로파간다가 강한 영화를 제일 싫어한다"고 말했다.

# 쏟아지는 특수효과

'한반도'는 이후 한.일 간은 물론,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의 숨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을 전례 없이 과격하게 눈으로 보여준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정부종합청사가 폭파되는 순간까지 등장한다. 6분의1 크기로 만든 미니어처를 폭파한 뒤 실제 배경과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합성한 장면이다. 제작진은 특히 어려웠던 것으로 동해에서 한.일 해군이 출동하는 장면을 꼽는다. 정선영 프로듀서는 "군함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훤한 대낮의 장면이라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다의 물결과 빛깔을 일일이 CG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국방부에서 고심 끝에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고, 마침 진해에서 작전훈련이 있어서 충무공 이순신함을 비롯한 우리 함정들과 F16 전투기 등은 실사촬영이 가능했다. 이를 토대로 CG작업을 하는 데만 DIT등 8개 관련회사와 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소 ETRI의 기술진 100명이 5개월간 힘을 쏟았다. 전체 96억원의 제작비 중 20억원이 CG비용이다. 고종 때의 궁궐 모습과 연인원 1만여 명의 엑스트라 의상 등 미술에도 20억원이 들었다.

'괴물' 은 110억원의 제작비 중 약 50억원이 괴물 몫이다. 모형을 제작한 뉴질랜드의 웨타, 움직임을 CG로 만든 미국 오퍼니지뿐 아니라 국내 기술진도 가세했다. 괴물의 모습은 국내 디자이너 장희철의 작품이다. 와이어를 매고 촬영한 배우들의 모습 등 괴물 이외의 CG는 국내 회사 EON이 담당했다. 이렇게 완성된 괴물의 첫 등장 역시 어두컴컴한 배경이 아니라 대낮의 한강변이다.

# 장막 뒤 숨겨진 그녀

두 영화는 누구 하나 콕 찍기 어렵게 여러 등장인물이 고루 주인공 역할을 해낸다. 이 중 관객의 정서적 반응을 자극하는 열쇠는 포스터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두 여성이 쥐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시공을 거슬러 등장하는 명성황후(강수연.사진(左))다. 이설이 분분한 시해장면을 이 영화는 대례복을 차려입고 당당하게 유언을 남기는 국모(國母)의 죽음으로 강렬하게 그려낸다. '괴물'에서는 납치당한 여중생 현서(고아성.(右))가 실마리다. 참으로 한심하게 보이던 강두네 식구들이 가족애로 뭉치는 계기이자, 영화 말미에 애잔한 여운을 주는 역할을 아역답지 않게 당차게 해냈다는 후문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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