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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 자신감은 으뜸이지만, 분석적 말하기는 낙제

중앙일보

입력

분석적(Analytic) 말하기 점수 100점 만점에 44점. 자신감 있게 말하기(Clout) 점수 89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영미권 정치 지도자들의 말하기 방식을 평가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석적 말하기 점수에서 최하, 자신감 있게 말하기 점수에서 최고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취임 2주년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영미권 정치 지도자들의 말하기 방식을 평가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석적 말하기 점수에서 최하, 자신감 있게 말하기 점수에서 최고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취임 2주년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아든 ‘스피치 성적표’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와 프린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12일(현지시각)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호주·영국의 정치 지도자들의 언어를 분석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분석적 사고에 기반한 말하기 점수는 연구 대상이 된 지도자들 중 최하를 기록했다. 반면 공식 석상에서 언성을 높이는 등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말하기 점수는 역대 지도자 중 최고점을 받았다. 역대 대통령의 언어 사용 방식을 추적하기 위해 시행된 이 연구 내용은 12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SA)에 게재됐다.

역대 정치 지도자들 언어 수집, 영화자막·뉴스와 비교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연설에 참여해 연설하는 모습.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연구에서 분석적 말하기 69점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연설에 참여해 연설하는 모습.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연구에서 분석적 말하기 69점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진은 영미권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언어 사용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매년 의회를 상대로 하는 국정보고와 대통령 취임연설, 예비선거·총선거 당시 토론회 등에서 나온 언어가 포함됐다. 영국은 총리와 상대 정당 지도자의 연례연설 총 313건, 캐나다는 역대 총리 12명을 대상으로 한 TV 인터뷰 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이 사용한 언어와 성격을 비교하기 위해, 뉴욕타임스·CNN 등 뉴스에 사용된 단어와 문화적 맥락을 담은 영화자막 등 총 300만 개의 방대한 텍스트도 별도로 수집됐다. 연구진은 “ ‘그(The)’, ‘의(Of)’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행동은 ‘분석적 언어 사용‘으로, ‘당신(You)’, ‘우리(We)’ 등의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자신감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언어 사용’으로 분류하는 식의 분석법을 사용했다”며 “컴퓨터 언어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해 두 언어 사용 방식의 변화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분석력 69점, 조지 W. 부시는 82점...트럼프, 자신감은 역대 최고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 부시 전 대통령은 분석력 측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13점이 높은 82점을 기록했다. [중앙포토]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 부시 전 대통령은 분석력 측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13점이 높은 82점을 기록했다. [중앙포토]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말하기 방식은 자신감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인 89점이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평균 점수가 64점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점수다.

미국 ABC 뉴스는 연구결과를 인용해 “이는 (미국의 9대 대통령인) 윌리엄 헨리 해리슨의 배 이상이다”며 “그러나 트럼프의 분석적 말하기 점수는 연구 대상자 중 최하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보다 훨씬 낮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분야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82점,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당 분야에서 69점을 획득한 반면 트럼프는 44점을 받았다.

트럼프, 단순하고 비분석적 ‘언어 레시피’...1950년대 부터 영향력 발휘

연구를 진행한 카일라 조던 텍사스 오스틴대 심리학 박사는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의 언어 사용 방식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처럼 단순하고 분석적이지 않은 ‘언어 레시피’가 꽤 오래전부터 정치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의) 분석적 말하기는 18세기와 19세기 내내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을 제외한 호주·영국·캐나다 등 국가에서도 분석적 말하기 방식이 감소했지만, 단순하고 자신감 있는 어조가 보편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편 연구진은 지도자들의 말하기 방식이 문화적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소설과 영화, 뉴스 매체에 사용된 언어와 비교·분석했지만 어떤 상관관계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라이언 보이드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단순하고 자신만만한 말하기 방식이 중요한 리더십의 지표(marker)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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