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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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조의 틀」이라고 하는 3장 의미 자체는 카메라 속에든 필름과 같다. 그러한 틀은 언제나 렌즈인 작가의 포착 능력에 따라 감정을 이입시켜 주거나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의의를 띄게 된다.
남이 못 본 계절 감각과 자연이 주는 묘를 그 때문에 보게 되고, 생생한 사건들이 언어의 상황으로 담겨 그 시대, 그 장소의 현장감으로 남게도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포착 능력과 처리능력은 창작하는 사람의 언어 능력이다.
『어떤 다 비 장』-포착 능력이 있는 작자임을 알 수 있으나 처리 능력이 약간 부족하여 인화될 사진 원판을 수정하듯이 세 판으로 연결된 언어 상황들을 구도가 잡히도록 도우면서 낸다.
이 시대의 현장감을 남다르게 노래할 수 있는 마음의 렌즈를 지닌 작자이므로 그 렌즈를 잘 조절하고 셔터를 갈 움직여 좋은 작품을 쓰기 바란다.
『수국』-계절감각, 즉 자연이 주는 변화 감각을 민감하게 잡아내는 순간 성을 보여준다. 초·중장을 통해 그런 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종장에 이르러 되는 대로 처리한 느낌이었다.「내 뜨락 꽃 물이 들 때 한 겹 두 겹 사연들 피고」라는 원작 부분을 인쇄된 개작 부분과 비교해보도록.
『6월 아침』-『6월 소묘』로 보낸 3수를 제목부터 바꾸면서 1수로 압축시켰다. 같은 시상을 수마다 비슷비슷하게 놓았기 때문이다. 연시조 3수가되자면 독립된 3개의 세계를 이루어야 하고, 그런 다음 하나의 제목 아래 통일된 세계로 놓일 수 있어야 한다.
『자습』-종장이 살아있는 표현 같아서 싣기로 했다. 자습을 밤새도록 시킨다는 생각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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