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발포 1,400명 참사|북경시위 탱크로 유혈진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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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경=박병양 특파원】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중국 계엄군은 3일 밤부터 북경 천안문 광장에서 농성중인 학생·시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해 최소한 1천4백 명의 사망자와 1만 명 이상의 부상자를 냄으로써 중국은 4일 근세사에서 가장 참담하고 비극적인 대참살의 일요일을 보냈다.

<관련기사 3, 4면>
계엄군은 3일 밤 10시쯤 시위진압작전을 개시, 탱크와 장갑차로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총격을 가하면서 천안문 광장으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광장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변의 수십만 시외군중에게 무차별 충격을 가하고 밀집한 군중사이를 전속력으로 탱크를 돌진시키는 바람에 수많은 사상자가 났다. 병원 소식통들은 최소한 1천4백 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1만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으나 홍콩의 명보는 5일 5천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0일 계엄령선포 이후 무력사용을 자제해 오던 계엄군은 3일 오후 10시부터 최루탄을 쏘면서 천안문 광장에 접근을 시도했으나 시위군중과 충돌을 벌이면서 장갑차가 불타는 등 진압이 어렵게 되자 4일 오전1시 기관총과 소총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무력진압에 돌입했다.
계엄군은 천안문 광장을 중심으로 3개 방면에서 동시에 진압을 개시, 이날 오전 5시 천안문 광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계엄군이 진입하자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들을 육탄으로 저지하려 했으나 계엄군의 무차별 난사에 대부분 흩어졌다 다시 모여 보도블록을 깨 던지면서 산발적인 대항을 계속했다.
정부당국과 군사령부는 5일 유혈사태 후 첫 공식성명에서 사태를 「반혁명 폭란」으로 규정했다.
북경시 천안문 동쪽 동장안가에서만 5일 오전 0시30분쯤 5대의 탱크와 20대의 장갑차가, 오전 2시쯤에는 5대의 탱크와 40여대의 장갑차가 대포 등으로 중무장한 채 천안문 방향으로 질주하는 것이 목격돼 천안문 광장의 점거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다소 유동적임을 시사했다.
이들은 동장안가를 질주하면서 시민·학생들이 설치한 장애물을 만나거나 군중이 웅성거릴 때마다 무차별 위협사격을 가했다.
5일 오전 북경 라디오는 「극소수 반동분자」들에 의해 군 차량 1백1대가 불탔다고 보도했으나 사상자수는 일체 밝히지 않았다.
한편 천안문 광장의 유혈소식이 전해지자 상해 등 대도시에서는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상해에서는 폭우 속에서도 학생들이 버스로 간선도로를 차단하고 시위를 벌였으며 남경에서는 10여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시가행진을 벌였다.
이밖에도 장사·무한·광주·서안·청도·천율 등지에서도 규탄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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