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인민대표회의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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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볼셰비키 혁명 72년만에 모스크바에 일기가 가득하다.
소련정치사상 최초로 복수후보를 놓고 치를 선거에 의해 구성된 인민대표회의가 지난달 25일 개막된 이래 모든 언론은 대표회의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프라우다·이즈베스티야지 등은 우리 나라 신문들의 국회속기록격인 대의원들의 발언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모스크바 TV는 크렘린궁대회장 대의원들의 토론내용을 생중계 했다.
직장·상점·호텔로비에 설치된 TV앞에는 사람들이 꽉 찼다. 김영삼민주당 총재 일행이 묵고있는 코스모스호텔에서 만난 「브라코프」씨 (교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글라스노스트 (개방)가 진짜 실감난다』고 말했다.
열기를 더해주는 것은 대의원들의 발언내용. 당의 권한축소, 페레스트로이카 (개혁)의 한계, 생필품 부족 등 경제침체, 소수민족 정치적 독립확대 등 소련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이 터져 나왔다.
개혁파의 「옐친」대의원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통령격인 최고회의의장으로 선출된 「고르바초프」에 대해 새로운 권력집중이라고 비판하고 실질적 권력을 공산당에서 소비에트 (인민대표회의) 로 넘길 것을 촉구했다.
또 5년의 대의원임기를 3년으로 줄이자,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치를 매년마다 중간평가하자는 등의 데모크라티자티아 (민주화) 의 구체적 요구도 나왔다.
인민대표회의를 지켜보면 우리 나라의 청문회를 쉽게 연상시킨다. 모스크바에 진출한 우리나라업체의 책임자들을 만나면 『일해나 광주 청문회의 광경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야심작인 인민대표회의 대의원에 진출한 한국계 소련인은 4명. 직접 선출하는 지역·민족대표 각각 7백50명과 직능대표 7백50명 등 모두 2천2백50명으로 구성된 대의원 중 한국계는 모두 선출직.
이들은 러시아 공화국 내 옴스크출신 김영웅,우즈베크공화국의 「조·바실리·이바노비치」, 러시아공화국 내 투바자치공화국 출신 「최·콘스탄틴·니콜라이비치」, 키르키스공화국의 「정·라지·라브렌지예비치」씨.
특히 대학부교수급의 김영웅씨와 「조·바실리·이바노비치」씨는 인민회의내의 상설 국회격(사실상 입법기관) 인 5백72명 만 뽑는 연방최고회의 의원으로 당선.
또 최씨는 2차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당선돼 화제.
한국계인사의 정치적 진출은 1백 개 이상의 다민족국가인 소련에서 괄목한 수준.
한국계 출신들의 이 같은 쾌거에 대해 모스크바 거주 한인동포모임인 「고려한인회」는 크게 고무된 모습. 고려한인회는 지난 5월5일 5백 여 명의 한인출신으로 구성된 단체로 2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김총재는 이들의 주선으로 한국계대의원 4명도 만날 예정으로 있다.【모스크바=박보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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