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임금으로 완성차를 생산하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이 2021년 하반기 첫 차량을 생산한다.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는 건 1998년 르노삼성자동차(당시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이후 23년 만이다.
광주형 일자리 협상 타결 #1만여 명 고용창출 효과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는 31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완성차 공장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광주시가 신설하는 완성차 공장에 현대차가 약 53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투자가 주목받는 건 ‘광주형 일자리’를 처음으로 적용하는 제조업 공장이어서다. 광주형 일자리란 광주시가 제안한 노사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랫동안 기다려 온 광주형 일자리가 결실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며 “노사민정이 이해관계를 떠나 양보와 나눔을 실천한 광주형 일자리가 산업구조 변화 속에 노사와 기업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도 “정치권과 현대차, 지역 노동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아 결실을 보았다”며 “한국 경제의 체질·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사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 노동자는 주 44시간 근무 기준 연 3500만원 정도의 초봉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현대차 신입사원 초봉(5500만원)의 64% 수준이다. 향후 임금 인상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제3자(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결정한다.
노동계 양보로 줄어든 임금소득은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부분 보조한다. 공장 노동자를 위한 행복주택·임대주택을 건설하고 통근버스를 운영하며, 직장 어린이집이나 건강증진사업 등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주 44시간 근무하면 평균 연봉 3500만원…줄어든 임금, 지자체가 행복주택 등 보조
광주시는 “임금은 다소 낮더라도 실질소득 수준과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공장 건설과 운영, 차량 생산기술·품질관리 등을 맡는다. 또 신차 양산을 위탁해 일감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투자협약식 직후 “적정임금과 노사상생 생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 참여해 경쟁력 있는 경차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국내 생산공장을 추가하는 건 96년 아산공장 이후 처음이다.
광주시가 전남 함평군 빛그린산업단지 62만8099㎡(약 19만 평) 부지에 신설하는 완성차 공장은 이르면 2021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생산 차종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연간 10만 대 생산이 가능하며 정규직 1000여 명을 직접 고용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는 “부품공장이 들어서고 간접고용 효과를 더하면 약 1만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형 일자리 협상의 타결 소식이 알려지자 노동계 반응은 엇갈렸다. 협상에 참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노사민정이 한 발씩 양보해 사회적으로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최대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는 “허울 좋은 명분과 밀실협상”이라고 비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