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체급 세계왕좌 모두 ˝방안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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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프로복싱이 지난 11개월 동안 5개체급의 세계타이틀을 획득, 복싱사상 전무후무한 6체급 세계챔피언을 보유하는 황금기를 맞고 있다.
WBA주니어플라이급을 11차례 방어한 유명우(유명우)를 제외한 5명의 챔프들은 지난해 7월24일 WBC플라이급타이틀을 획득한 김용강(김용강)을 시작으로 돌주먹 문성길(문성길·WBA밴텀급) 이열우(이열우·WBC라이트플라이급) 김봉준(김봉준·WBA미니멈급) 백인철(백인철·WBA슈퍼미들급)에 이르기까지 평균 두달 만에 1명씩 탄생했다.
이같은 기록적인 세계타이틀 획득위엄은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과 국내 프러모터들의 집중투자에 힘입은 결과로 평가될 수도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반론과 평가절하의 여지가 없지 않다. 즉 한국이 보유한 6개체급 중 5개체급이 중남미나 미국 등 복싱강국에서는 별 인기를 끌지 못하는 체급이어서 상대적으로 강자가 드문데다 5개체급 모두 국내에서 타이틀매치를 벌여 획득했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진정한 복싱강국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과감한 해외원정이나 세계상위랭커와의 지명방어전을 거침없이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한국프로복싱은 6월초부터 호된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WBC플라이급챔피언인 김용강이 6월 3일 적지에서 동급 1위이자 전 챔피언인 「소트·치탈라다」(태국)와 의무방어전을 벌이게 된다. 「치탈라다」는 김과의 설욕전을 위해 「아킨슨」(영국)코치와 영국에서 전지훈련을 갖는 등 단단히 대비하고 있어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적인 태국 팬들의 응원과 텃세,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등과의 싸움에서 이겨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같은 체육관소속인 문성길도 7월초 태국에서 역시 전 챔피언인 「카오코·갤럭시」와 리턴매치를 벌여야 한다. 문은 김에 비해 텃세판정 등을 불식할 한방이 있으나 역시 무더위가 최대의 적이다. 또 쌍둥이인 「카오코·갤럭시」가 맷집이 뛰어나 쉽게 무너질 선수가 아니다.
이열우(이열우)도 6월 25일 장정구(장정구) 유명우가 기피했던 멕시코의 강타자 「곤살레스」(23전승 21KO) 와 한판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동급1위인 「곤살레스」는 기량이나 캐리어면에서 챔피언의 면모를 채 갖추지 못한 이열우의 1차 방어전 상대로는 벅찬 강자다.
이밖에도 장정구의 15차 방어기록을 금년 안에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명우가 3차 방어전에서 난타전을 벌였던 「데마르코」(아르헨티나)의 끈질긴 재도전을 받아 6월 11일 천안 단국 체육관에서 타이틀 롱런의 고비가 되는 12차 지명방어전을 갖게 된다.
따라서 한국프로복싱으로선 6월이 「잔인한 달」이 될 것이다.
한편 한국프로복싱은 83년 11월부터 88년 11월 주니어플라이급 최점환(최점환)이 타이틀을 빼앗길 때까지 5년 동안 국제복싱연팽(IBF)의 세계타이틀을 16번이나 차지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으나 설립역사가 일천한 IBF타이틀매치가 수준이 떨어져 흥행과 복싱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 89년부터 사실상 탈퇴한 입장이다.<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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