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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투자는 20% 줄일 걸로 예상되지만 배당은 2조4000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초에 실적을 발표중인 기업들이 한결같이 주주 배당금을 확 늘리고 있다. 주주친화 정책이란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경영권 방어 목적에 현금을 쓰다보면 미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실적을 확정해 발표했다. 연간 매출 243조7700억원, 영업이익 58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연말에 닥친 반도체 쇼크로 4분기 매출 (59조2700억원)과 영업이익(10조8000억원)은 3분기보다 각각 10%와 18%가 급감했다. 여기까지는 지난 8일 내놓은 잠정 실적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날 실적발표에서 눈길을 끈 건 보통주 한 주 당 354원씩 모두 2조4000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4분기까지 삼성전자가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배당금은 9조6000억원으로 2017년(5조8000억원)보다 66%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주주환원을 위해 2018~2020년 3개년간 매년 9조6000억원 수준의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이같은 지난해 약속을 지킨 셈이다.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포스코는 이날 지난해보다 주당 2000원씩이 많은 1만원씩 총 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5조5000억원중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SK텔레콤은 하루 전 결산배당으로 한 주당 9000원씩 6400억원을 현금 지급하기로 했다. 총 배당금이 올해 영업이익(약 1조20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올해 배당금 확대 추세는 이들뿐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대부분 기업에 해당하는 특징이다. 최근 5년간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 총액은 매년 늘어왔고, 특히 올해는 3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금 총액은 2013년 13조2000억원에서 2014년 15조3000억원, 2015년 20조원, 2016년 21조8000억원, 2017년에는 2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배당금 확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기업들의 올해 예상 배담금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배당 확대는 주식회사인만큼 주주 가치 제고 측면을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라며 "이익이 늘면 배당을 늘리고 이익이 줄면 그에 따라 배당금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큐어드코드십 등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배당금을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서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대림산업이나 주주행동주의의 표적이 된 대한항공,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현대그린푸드와 사조산업 등의 배당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른바 '사내유보금 과세'를 지적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배당금 확대는 사내유보금 과세로 알려진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자기 자본 500억원이 넘는 기업은 임금인상, 상생협력기금 등으로 지출하지 않고 남은 유보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부과받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적용을 받는다.

익명을 원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주주를 위한 선의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며 "일단은 대주주에게 좋고 더 큰 문제는 인수합병(M&A)이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시장 조사전문업체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올해 지난해보다 20% 감소한 180억 달러(약 20조1690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요즘엔 사업전환 등을 위해 기업들이 실탄을 단단히 확보해둬야 한다"며 "경영 외적인 요인으로 배당을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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